[원자바오 'FTA조기체결 희망'] "한·중 경제협력 이젠 質을 높일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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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베이징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 기자들을 불렀다.
10일 한국 공식 방문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서다.
장소는 베이징 자금성 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지도자들의 집무실과 거주지가 모여 있는 곳이다.
외국 귀빈 접견실로 쓰인다는 전통 중국식 건물인 쯔광거(紫光閣) 안으로 들어선 원 총리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빨간색 넥타이와 가지런한 머리에서 절도와 강인함이 배어 나왔다.
"한국기자 친구들 안녕하세요"라며 자리에 앉은 그는 "이번 한국 방문이 중국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따뜻한 인사로 전해지길 기대한다"며 한국 특파원단의 인터뷰에 응했다.
원 총리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느냐는 물음에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매우 빠른 발전을 보여왔다"며 "이제는 협력의 질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첩을 보지도 않고 한국과 중국의 교역과 관련한 숫자를 줄줄 외우며 말을 이어갔다.
작년에 양국 교역액이 1300억달러를 넘어서 수교 때보다 26배나 늘어났고,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은 3만개가 넘으며 투자액 누계는 350억달러를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후진타오 주석과 노무현 대통령의 이전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교역액을 2012년까지 2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양국은 협력 분야를 다양화하고 수준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첨단 기술,그리고 농업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 총리는 "현재 한국과 중국 간에 FTA 산·관·학 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지적하고 "중국은 이것을 더욱 강화하고 승화시켜 조기에 FTA 체제가 구축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중 FTA가 조기에 체결되길 희망한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한국 특파원단이 사전에 총리실에 전달한 질문 내용 중 FTA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으나 원 총리가 먼저 이를 언급한 것이다.
그는 또 외자 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이 최근 국내 기업과 외자 기업의 소득세를 단일화하는 기업 소득세법을 제정한 것은 내·외자 기업이 동일한 환경에서 경쟁토록 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는 WTO의 규칙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신 서부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이나,이윤이 적은 소기업,그리고 첨단 기술 기업에 대해서는 우대 과세 정책을 계속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우수한 노동력을 보유한 국가로서 중국 노동시장은 완비된 법률과 기구를 갖고 있다"며 "중국 외자 기업은 중국 노동자들에 대한 합리적인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중국의 노동 관계법이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개정되면서 노동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외자 기업의 주장에 대해 법률 준수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 총리는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을 목표로 한 동북공정이나 백두산의 소유권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민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데 대해 "한국과 중국은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단호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역사와 현실,그리고 학술과 정치는 분명히 구분돼야 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해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넘었으나 아직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 평화와 발전에 직결되는 만큼 남북한 양측이 대화와 교류 확대를 통해 신뢰를 구축,최종적인 자주 평화통일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를 지지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중국과 한국의 문화교류가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식어가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의 젊은이들이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한류를 포함한 양국의 문화교류는 서로의 이해와 친선을 도모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한류가 확산되는 것을 제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