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버겐아카데미 12학년(고3)인 최모군.그는 과학 수학 영재학교인 버겐아카데미에서도 손꼽히는 우등생이다.

대학 수학능력시험(SAT) 성적은 만점(2400점)이나 다름없는 2380점.B가 하나도 없는 거의 완벽한 학점(GPA).클라리넷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특별 활동이나 봉사 활동 등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최군은 얼마 전 발표된 프린스턴대 합격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자기 표현력이 좀 모자라지 않았느냐'는 게 주위의 평가이지만 그의 탈락은 재미동포 사회에 충격을 줬다.

예년 같으면 '합격은 떼어논 당상'이었을 법한 최군 같은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 남가주 명문 공립고교로 꼽히는 A고교의 올 수석 졸업자는 한인인 B양이다.

줄곧 A학점을 받았고 병원과 도서관 등에서의 봉사 활동도 빼놓지 않았다.

학교 특별활동반 대표를 맡는 등 리더십도 뛰어났다.

그런데도 하버드 예일 브라운대 등에 줄줄이 떨어졌다.

주위에서는 그의 명문대 입학 실패 원인으로 한인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미국 거주 한인 학생들의 아이비 리그(Ivy league·미 동부 명문 사립대) 등 명문대 입학 문이 좁아지고 있는 까닭은 대학 지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각 대학들은 인종,소득,지역 등 나름대로의 배분 원칙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고교 졸업자 수는 1996년부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해외 학생들의 지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또 공통 지원 제도로 인해 10~20개 대학에 쉽게 지원할 수 있는 것도 경쟁률을 높이고 있다.

실제 하버드대의 경우 전 세계에서 2만3000명이 지원해 9%인 1662명만 합격했다.

경쟁률이 11 대 1로 역사상 가장 높았다.

컬럼비아대의 합격률도 8.9%를 기록했으며 브라운대 13.5% 등으로 학교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인 학생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는 건 대학들이 인종 소득 지역별 배분 원칙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어서다.

아이비리그 소속 8개 대학의 경우 부모나 조부모가 그 대학을 졸업한 학생(legacy)을 전체의 10~15%가량 뽑는다.

운동이나 음악이 특기인 학생도 10% 정도 차지한다.

또 아시안을 제외한 흑인이나 라틴계 등 소수 민족에게도 15~20%를 배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은 아시아계 비중을 오히려 낮추는 추세다.

현재 명문 대학의 아시아계 학생 비율은 10~30%에 달한다.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 비율 4.5%보다 훨씬 높은 상태다.

게다가 최근엔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바탕으로 중국 학생들이 무더기로 몰려들고 있다.

소득과 지역 배분도 한인 학생에겐 불리한 요소다.

미 대학들은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입학 기회를 제공하려는 추세다.

또 명문 중·고교로 한인 학생들이 몰리고 있어 특정 지역이나 학교 출신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미국 대학의 특성상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고등학교로 역(逆) 유학해서 차라리 유학생 자격으로 명문대 문을 두드리자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대원외고는 2007학년도 해외 대학 진학자를 중간 점검한 결과 하버드 프린스턴 등 미국 상위 주요 14개 대학 합격자만 63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합격자 수가 공개되지 않은 해외 대학의 합격자를 추가할 경우 해외 대학 전체 합격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개된 합격자 수만 따로 떼어 봐도 지난해 해외 대학 합격자들을 모두 합한 59명보다 많다.

2005학년도의 경우 해외 대학 합격자가 49명이었다.

민사고의 경우 2005학년도에 26명이었던 해외 대학 합격자는 2006학년도 49명,2007학년도 81명으로 많아졌다.

전체 졸업생이 133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60% 정도가 해외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송형석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