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앞으로 늘어날 투자 분쟁에 대비해 한시라도 빨리 중재 전문가 육성에 힘써야 합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International Center for the Settlement of International Dispute)의 중재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연호 변호사(48)는 "우리나라에는 중재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 기업의 소송 제기에 무방비 상태라고 할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ICSID란 세계은행 산하 분쟁해결기구로 당초 제3세계에 제공되는 차관의 계약 문제와 이에 따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966년 창설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도입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시행되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고 그 중재를 ICSID에서 관장하게 된다.

김 변호사는 ISD가 시행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전문가의 부족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기존에 체결한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과의 FTA에서 ISD로 인한 분쟁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중재 전문가 육성의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참여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지금까지 47건의 정부 피소 분쟁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 "우리나라 법대에는 중재를 가르치는 과목이 전무하고 미국처럼 중재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로스쿨 제도마저 도입이 불투명하다"며 "일반 소송 변호사와 달리 국제 중재 전문가가 되려면 전 세계 중재 전문가들과 인맥을 쌓으며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정부와 변호사 업계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25회 사법 시험에 합격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김 변호사는 현재 대한상사중재원, 중국 무역 및 국제경제중재위원회, 파리 국제상업회의소 중재법원 등에서 중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