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위 자동차 제조 업체인 크라이슬러 인수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모기업인 독일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디터 제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크라이슬러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지 하루 만에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커크 커코리언이 인수전 참여 의사를 전격 공개하는 등 인수전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열 조짐 보이는 인수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커코리언이 설립한 사모펀드 '트라이신다'가 5일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의향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인수 조건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 측에 현금 45억달러를 제의했다고 전했다.

트라이신다가 제시한 인수금액은 캐나다 자동차부품 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47억달러에는 약간 못 미친다.

하지만 트라이신다는 이날 인수 참여 성명을 통해 "배타적인 협상권리를 부여하는 조건으로 보증금 1억달러를 함께 제의했다"며 "당장이라도 크라이슬러 회계장부 검토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작업을 60일 이내에 마무리할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력한 인수 참여자들로는 헤지펀드인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그룹,센터브리지 캐피털 파트너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블랙스톤과 센터브리지 캐피털 파트너스는 공동으로 크라이슬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의 제너널모터스(GM)와 상하이자동차 디이자동차그룹 치루이자동차 등 중국의 자동차 업체들도 인수자 후보군에 올라 있다.

◆이혼 위기 맞은 '세기의 결합'

독일의 다임러 측은 1998년 크라이슬러를 380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업계는 이를 두고 '환상의 커플' '세기의 결합'이라고 평가했다.

다임러의 고급 이미지와 크라이슬러의 판매망이 결합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합병 당시 주역인 위르겐 슈렘프 전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도 "세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장담할 정도였다.

하지만 '세기의 결합'은 9년 내내 삐걱거렸다.

미국과 독일의 이질적 문화를 극복하지 못했고 결합 과정에서 1980년대 크라이슬러의 위기를 극복해낸 주역들이 퇴장하면서 경영 공백까지 초래됐다.

설상가상으로 고유가로 크라이슬러의 주종인 픽업트럭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급락하면서 크라이슬러는 다임러의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14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다임러'에 부담을 안겼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다임러의 인내력에 한계가 왔다"며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