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중소 장비·재료업체를 육성해야 합니다. 힘을 보태주시죠."(황창규 사장)

"하이닉스도 미약하나마 한국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십시일반(十匙一飯) 하겠습니다."(김종갑 사장)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신임 사장이 의기투합했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소 반도체 장비업체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를 육성하고 적극 지원하자는 데 뜻을 같이 한 것.

두 CEO(최고경영자)는 6일 오전 경기도 기흥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에서 만나 1시간여 동안 국내 반도체업계의 현안과 발전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만남은 하이닉스의 새 CEO로 취임한 김 사장이 취임 인사를 위해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황 사장을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 황 사장과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 CEO인 김 사장.서로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두 사람은 이날 '중소 반도체기업 경쟁력이 곧 한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이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두 사람은 먼저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서 쓰는 반도체 장비 중 국내업체로부터 제공받는 장비는 20% 미만.나머지는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김 사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내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이 미미해 여전히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고,황 사장이 여기에 적극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국내 팹리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에서도 의견일치를 봤다.

"수천개에 달하는 대만 팹리스들에 비해 국내 팹리스들의 규모나 기술경쟁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향후 반도체 장비업체에 대한 기술지원과 팹리스 업체와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중소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에서 열리는 반도체 장비 및 재료 관련 전시회도 적극 후원하기로 했다.

또한 두 사람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양산 중인 모바일D램,퓨전메모리 등이 국제 반도체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향후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 등 반도체 표준기구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황 사장은 이 같은 내용을 추진하기 위해 "하이닉스 CEO인 김 사장이 반도체산업협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고,김 사장은 이에 "아직까지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비해 모자라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 발전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