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뜯어 보는 FTA] 지재권ㆍ방송 : '저작권 로열티' 2000억 추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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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로 문화산업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쪽은 지식재산권과 방송이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선 저작권 보호기간 20년 연장에 따른 로열티 부담 증가 외에도 일시적 저장의 복제권 인정,저작물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막는 기술적 보호조치 신설 등 저작권 보호수준이 전반으로 강화됨에 따라 콘텐츠 이용 환경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방송에서는 외국인의 간접투자가 전면 개방되면서 국내 방송시장의 무한경쟁 체제 돌입을 예고하고 있다.
◆지식재산권=저작권 보호기간이 저작권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됨에 따라 번역도서가 전체 출판종수의 약30%,시장규모의 50%를 차지하는 국내 출판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국저작권법학회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20년 연장에 따른 추가 부담액은 2111억원.이 중 출판분야의 추가 부담은 679억원으로 연간 34억원 수준이며 미국 저작자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 비중이 12%가량이므로 연간 4억원 정도라고 문화관광부는 설명한다.
그러나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연간 200억원의 로열티 부담이 늘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정확한 추가 부담액은 확실치 않다.
저작권 보호수준 강화로 이용자들의 불편도 커질 전망이다.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지워지는 메모리인 램(RAM)에 일시 저장되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복제권을 인정하고,저작물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접근통제기술을 훼손하는 것도 저작권 위반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더라도 기술적 보호조치를 뚫는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상업적 규모'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비친고죄를 적용토록 한 것도 자칫 미국 잣대로 적용할 경우 상당수 기업이나 사용자를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작권을 잘 모른 채 "파일 하나쯤이야…"하고 불법 복제했다가 법정손해배상제도에 의해 뜻밖의 배상금을 물 수도 있다.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업계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가 요청하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OSP)는 저작권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저작권자에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 내 저작권자가 한국의 관계 당국 허가 없이도 국내 저작권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토록 OSP에 요구할 수 있어 이에 따른 사생활 침해 논란,개인정보보호법과의 충돌이 잇따를 전망이다.
◆방송=현행 방송법상 외국인 직접투자 지분제한(49%)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종합편성·보도·홈쇼핑 채널을 제외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법인을 세우는 방식의 간접투자는 100% 열렸다.
이는 타임워너와 디즈니,비아컴,뉴스콥 등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합작투자나 독자법인 설립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하게 됐다는 의미다.
방송개방이 되면 당장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스포츠 등이 입을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드라마(미드) 붐을 이끌며 시리즈물·영화 등 주로 미국 콘텐츠를 수입·공급해온 CJ미디어와 온미디어 등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들이 시장을 잠식당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와 함께 콘텐츠 수입가격이 급상승할 우려가 있다.
실제 개방이 시작되는 2012년부터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직접 들어올 경우 수입물에 의존해 온 중소 PP들이 심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고액 중계권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스포츠채널의 경우 중계권을 잃거나 더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시청료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PP들이 재탕,삼탕 채널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 MBC나 SBS가 드라마를 만들면 일단 자사 채널에 먼저 주고 2~3년 후 기타 공중파 편성 다른 채널에 판다.
이 경우 공중파 계열 PP와 2~3년 전의 콘텐츠를 방영하는 독립 PP와는 경쟁이 안 된다.
타임워너나 HBO 등도 국내에 들어와 자사 채널에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고 다른 채널에 나중에 공급할 경우 OCN이나 CGV 등 국내 PP들이 재탕,삼탕 채널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달라진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제도적 장치,인프라,인력육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장기 투자와 육성 로드맵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민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개방에 따른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출한 뒤 PP들의 콘텐츠 생산기반 확충을 위해 제작센터 설립 등 대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FTA 충격을 '방송시장의 비효율성을 걷어내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박원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부회장)는 말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서화동/김재창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