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타결로 당장 통신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잠재적 위협이 될 만한 요인도 적지 않다.

협상 결과 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한도는 현행 49%로 유지됐다.

기술표준 정책도 지금처럼 정부가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최대 쟁점 두 가지가 우리 측 주장대로 관철됐다.

그러나 KT와 SK텔레콤을 제외한 나머지 통신업체에 대해서는 외국인이 간접투자를 통해 100%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게 됐다.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독자법인 설립을 통해 국내에 진출할 길이 열린 셈이다.

또 지배적 사업자의 기간통신망 개방에서 국내외 사업자를 차별할 수 없게 했다.

SK텔레콤의 미국 내 가상이동망사업자인 '힐리오'처럼 싱귤러 등 외국기업도 국내 사업자의 망을 빌려 통신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

국내 사업자의 안정적인 미국 시장 진출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그 기회는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장재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통신 서비스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자본력 등을 감안하면 미국 진출은 쉽지 않다"며 "IT(정보기술) 제품에 무관세가 적용돼 통신장비 수출이 늘어나면 서비스 진출도 쉬워지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이 강화되고 케이블방송 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개방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통신산업은 이미 설비 기반 경쟁에서 서비스와 콘텐츠 중심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통신업체들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잇따라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통신업체들의 콘텐츠 조달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TV(IPTV) 등 신규 플랫폼 서비스는 앞으로 국내 규제제도를 따르도록 '미래유보'에 포함됐다.

하지만 외국인은 간접투자를 통해 콘텐츠는 물론 플랫폼 사업자로 직접 나설 수 있게 됐다.

통신업체들이 기존 케이블TV 업체가 아닌 대형 미디어 기업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