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경제학계가 한국은행의 북한 경제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6일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한은은 북한 생산량에 남한 가격과 환율을 곱하는 임시 방편으로 1990년부터 북한 경제규모를 추산해왔으나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지난해부터 발표를 중단한 상태다.

한국경제신문(12월8일자 참조)은 지난해 한은 통계가 북한의 실물경제를 최대 4배 부풀렸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국제기구가 1인당 총생산이 1000달러 미만인 최빈국에 지원을 집중한다는 점에서 정확한 통계를 밝히는 일은 향후 국제기금을 이용해 북한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느냐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다.

이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북한 GNI 추계방법 개선방안 모색 세미나'에는 청와대,국정원,통일부,한국은행 관계자도 참석했다.

◆264달러~1319달러?

북한의 정확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베일에 싸여있다.

국민소득은 생산량에 가격을 곱하고 달러로 환산해 계산하지만 북한의 경우 배급가격과 시장가격,공식환율과 시장환율이 20배씩 차이나는 데다 그나마 공개된 가격정보가 없어 다양한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계산방식에 따라 264달러에서 1319달러까지로 편차가 엄청나게 크다.

장형수 한양대 교수는 "사회주의 계열인 베트남 시장 가격을 대입하면 264달러,중국 가격을 대입하면 333달러로 아무리 높게 잡아도 500달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추산한 914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구매력환산(PPP)환율을 적용한 북한 GNI는 1319달러로 높지만 이는 국가 간 삶의 질을 비교할 때 통용되는 계산법이라 거시경제를 따질 땐 적절치 않다.

◆한은 통계 대안 있나

한은 통계는 가격과 환율을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의 성장률을 추산하고 남북 간 경제규모를 비교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만든 것이다.

문제는 유일한 공식 통계이다보니 남용되면서 북한의 실물경제를 대변하는 양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서울대 김병연 교수는 "한은 통계가 결과적으로 북한 경제규모를 상당히 과대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한은 통계를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으나 참석자들은 최소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선 연세대 교수는 "한은 통계가 편법이고 제약이 있다는 것을 홍보해야한다"고 말하고 "여러 수치를 공존시키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서울대 김 교수는 "미국 CIA는 과거 소련 GNI를 계산할 때 소련 제품가격 800개 정보를 꾸준히 수집했다"며 "우리도 자료 수집 결과를 집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은행 지원 가능한가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존 계산법에 문제가 많다는 건 알지만 믿을 만한 대안이 없다"며 "북한 경제가 개방되고 가격 정보가 확보되면 당연히 방법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경제를 재건할 경우 국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확한 통계 확보가 시급하다.

세계은행은 시장환율을 적용한 1인당 소득이 1000달러 이하인 나라에 지원을 집중하고있다.

지난 2월 미국 국무부가 워싱턴에서 주관한 북한경제 토론회에 참석했던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 관리가 한은 통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보다 북한을 잘 알지 못하지만 북한의 운명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권한은 더 크다"며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투명한 통계를 우리가 주도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