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 브랜드가 탄생했다.

'Korea,Sparkling'이다. 이제부터는 이 관광브랜드의 통합이미지를 앞세워 세계인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Korea,Sparkling'은 과연 한국의 이미지를 드높이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여의주 역할을 할 수 있을까.

10일 관광브랜드 선포식을 앞두고 있는 김종민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만났다.

김 사장은 "브랜드를 갖고 '장사'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경쟁국과 한번 붙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관광브랜드'란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관광 상표입니다.

휴대폰의 애니콜,카메라의 캐논 같은 것이죠.그동안 한국관광은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나라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이미지나 개인 기업들이 밖에 나가 활동하면서 얻게 된 이미지를 가지고 그런대로 관광이란 장사를 해왔어요.

그런데 국가 이미지는 계속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고,글로벌화한 기업들은 국가 이미지에 기대지 않으려고 하지요.

보세요.

삼성이나 현대,LG에 코리아란 말이 들어갑니까.

사람들은 이제 특정제품을 쓰면서도 어느 나라 것인지 관심조차 없습니다.

한국이란 나라의 이미지를 심어주기가 그만큼 어려워졌죠.그래서 관광브랜드를 만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는 높지 않나요.

"안홀트-GMI 국가브랜드 조사결과를 봅시다.

우리나라 국가 이미지는 35개국 중 27위로 나왔어요.

그만큼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죠.특히 국가브랜드 가치는 2600억달러에 불과해요.

국내총생산(GDP)의 26% 정도예요.

반면 일본은 국가브랜드 가치가 GDP의 133%나 됩니다.

우리가 엄청 손해보고 있어요.

국가 이미지가 올라가줘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니 관광으로 해보자는 것입니다.

국가 이미지와 관광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입니다."


-브랜딩작업이 만만치 않았겠습니다.

"지난 1년반 동안 30억원을 들여 작업했습니다.

뉴질랜드 관광슬로건을 만든 브랜드 전문가 사이먼 안홀트씨가 참여했습니다.

17개국 8000명을 상대로 한국과 한국관광에 대한 이미지조사를 벌이고 경쟁국의 사례도 분석했습니다.

슬로건은 1000여개에서 압축해 들어갔습니다.

최종 2개가 경합이 붙었어요.

하나는 'Korea,Sparkling'이고 다른 하나는 'Korea,A New Asian Style'이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것은 의미는 좋은데 너무 서술적이어서 확 들어오는 게 없어요.

그래서 'Korea,Sparkling'이 최종 낙점됐어요."


-브랜드 슬로건이 뭔가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샴페인 생각이 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반응은 아주 좋습니다.

신선하고 상큼하고 찬란하며 에너지가 차오르는 시원한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대사나 호텔지배인 등 만나는 사람마다 다 물어봤습니다.

형용사를 뒤로 돌린 것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사실 한국을 수식하는 형용사는 너무 많습니다.

여기에 스파클링을 하나 더 붙여봐야 표가 나지 않습니다.

국가브랜드인 'Dynamic Korea'와 연결해 'Dynamic Korea Sparkling' 한 문장으로 가도 부드럽지 않습니까."


-심벌이 아주 동적으로 보입니다.

"파형동기의 바람개비 이미지를 접목했다고 합니다.

가야 때의 방패 같은 것에 있는 바람개비 문형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아주 동적이죠.가운데 네모는 창을 의미합니다.

이 창을 통해 우리가 외국을 보고 외국인이 우리를 본다는 의미예요.

붉은색과 녹색은 조선왕조의 왕비 대례복에서 볼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색깔을 썼습니다."


-해외시장에 알리는 게 중요한데 예산은 충분하나요.

"창피한 얘기지만 세계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매체에 한국관광 홍보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올해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홍보예산이 65억원에서 225억원으로 불었어요.

일본은 주력시장에 걸맞게 광고를 집행할 생각입니다.

중국은 광고한 대로 성과가 나오는 시장은 아니지만 일본 만큼 배정해 놓았습니다.

떠오르는 시장인 동남아 서남아시장에도 광고를 펼칠 예정입니다.

해외여행가는 사람들의 짐가방에 로고를 붙이는 등 다각적인 홍보마케팅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예산이래야 가랑비 뿌리는 정도지만 브랜드도 생겼고,이제 한번 경쟁국과 붙어볼만 합니다."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광고효과는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왜 자꾸 효과도 알 수 없는 광고에 쓸데없이 돈을 쓰느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인바운드 관광객이 300만∼500만명 선이었습니다.

그러나 매년 1000억원씩 광고에 쏟아부은 결과 지금은 2000만명이나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대만,홍콩,싱가포르 같은 나라도 한 해 1000억원 넘게 씁니다.

지난해 1∼3월에는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관광객이 전년대비 10%나 줄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회복됐어요.

제반환경이 나아진 게 없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일본신문에 복주머니 광고를 한 게 주요했다는 결론에 이르렀죠.'한국에 와서 복 받아 가세요' 하는 광고에 일본사람들이 확 흔들린 겁니다.

요미우리에서 내는 광고잡지 3월호에는 이 광고 카피 한 줄이 올해 자기네 정서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평했더군요."


-브랜드 홍보만큼 관광기반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하드웨어 측면의 관광기반은 꿀릴 게 없습니다.

관광은 6차산업입니다.

1차산업도 관광이 되고,2차산업도 관광과 연계됩니다.

농촌에 가면 농촌관광이 되는 것입니다.

공장관광,의료관광 등 어느 분야가 됐든 다 팔아먹을 수 있는 게 관광입니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다고 하지만 기막힌 게 많습니다.

2차대전 뒤 130개국이 독립했는데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소득은 2만달러가 되고,표현의 자유는 세계 최고 아닙니까.

표현의 자유에서 싹튼 한류드라마와 영화를 보면 자신감을 가져도 됩니다.

이런 것을 보러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겁니다.

다만 하늘이 내린 것,조상이 물려준 것은 확실하게 비교우위에 있다고 자신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도 의미를 부여하고,그네들이 잘 모르는 측면을 끄집어내 관심을 갖도록 하면 됩니다.

보고 즐길 게 없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인 것입니다.

중소도시 인프라는 물론 개선해야 합니다.

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펀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된다면 많이 나아질 겁니다.

우리 국민의 관광 소비패턴도 생각만큼 다양하지 않습니다.

놀고 즐기는 방법을 모릅니다.

노래방이나 찜질방 등 정해진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첩을 들고 좋아하는 문화재를 공부하며,스스로 만들고 고치고 빚고 체험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공사가 '구석구석 캠페인'을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아주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시할 생각입니다.

놀이문화연구소 같은 것을 만들어 즐기는 방법,시간쓰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야 합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합니다.

"비즈니스관광과 컨벤션관광,이게 큽니다.

일반 관광객보다 오래 있고 많이 써 부가가치가 3배나 높습니다.

깃발관광은 재미없습니다.

돈이 안 됩니다.

의료관광을 볼까요.

수술하러 온다고 합시다.

일단 검진하고,수술해야지,회복될 때까지 있어야지 엄청 쓰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강한 기술분야와 결합된 형태의 관광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이기는 합니다.

호텔료는 일본과 역전되는 현상이 빚어졌습니다.

한·미 FTA가 우리 관광의 취약점 중 하나인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광객 유치목표는 달성될까요.

"올해 목표는 700만명입니다.

지금까지 추세라면 640만명 정도도 빠듯합니다.

공사 내부에선 불만이 많습니다.

기관 평가 때문이죠.그러나 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 100점을 받는 것보다 좀 무리하다 싶은 목표를 세우고 90점 받는 게 더 잘하는 것 아닌가요.

해외지사의 경우 해당 도시나 주재국 마케팅에 머물렀었는데 이제는 관할국 마케팅 체제로 전환,막 쑤시고 다닌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