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禮善 < 오픈타이드 차이나 대표 wyeth@opentide.com.cn >

내가 어렸을 때 어지간한 동네 어디나 할 거 없이 좀 크다 싶은 건물 지하에는 다방,1층에는 은행이나 빵집,2층에는 태권도장이 있었다. 지금이라고 달라질 것은 별로 없겠지만,어린 학생들이 태권도장에서 "얏! 얏!"하며 기합 넣는 소리와 함께 조그만 발을 올리는 소리가 지하 다방까지 울리곤 했다.

태권도장에 다니는 수련생들 중 제일 무서운 애들이 태권도 서너달 배운 노란띠들이다. 태권도 유단자인 검은띠는 그리 무서운 상대가 아니다. 노란띠,이 아이들은 그저 태권도 사범이 하라는 대로 연습이나 하고 실력 연마만 하면 되는데,어린 마음에 그렇겠지만 겉멋만 들어서 태권도 10년 연마해 5단이 된 사범 흉내를 내는 부류다.

이 아이들은 그저 뒤 돌려차기만 하면 자기 발이 상대방 턱이나 명치 끝에 꽂히는 줄 안다. 노란띠와 대련할 때 주의할 점은 안면의 인중이나 명치 끝을 방어하고 수비하는 일이 아니다. 대개 이들이 뒤 돌려차기를 하면 상대방의 아랫도리 급소에 맞는다. 왜냐고? 발이 안 올라 가기 때문에 상대방의 얼굴 인중이나 명치 끝이 아닌 아랫도리에 날아든다.

수련 부족의 결과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요즘 중국이 이렇다. 최근 다들 중국을 자주 다니고 잘 알아서 그런지 중국에 대해 누구나 한 마디씩 한다.

중국은 이거야,아니야 중국에서는 이래야 돈번데,누가 중국의 고위층과 끈을 맺었더니 사업이 술술 풀리고 안 되는 사업 허가까지 받았다는군,역시 중국은 관시(關系)가 중요해,사업보다는 사람을 많이 알아야 한다니까. 중국과 관련된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한 마디씩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서는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중국과 관련해서는 자주 듣는다.

중국에서 장기간 근무를 했거나 자주 다녔다고 하면 흔히 하는 표현이 '중국통'이다. 그러나 중국통은 없다. 있을 수가 없다. 중국은 너무 넓고 복잡한 구조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자주 가면 갈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고 두려워진다. 게다가 중국 사람들은 좀처럼 속을 안열어 보이니 더 그렇다. 곰 같다고나 할까.

곰의 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같이 곰이 돼야 한다. 여우처럼 살면 당장은 먹을 것이 있을지 몰라도 결국엔 굶거나 쫓겨난다. 중국에서는 곰처럼 살아야 한다. 겨우내 굴 속에서 석 달 열 흘을 마늘만 까먹고 환인한 우직한 곰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