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그동안 금융업계와 정부,정치권에서 논란을 빚어왔던 법안 2개를 놓고 최근 공청회를 갖는 등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증권사에 대한 지급결제 기능 허용 여부와 관련한 자본시장통합법과 휴면예금 처리 방향을 담은 법안이다.

이들 법안은 통과 여부에 따라 관련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휴면예금법=은행과 보험사에서 잠자고 있는 총 8700억원의 휴면예금(휴면보험금 포함)의 처리 방법을 담은 것이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과 정부는 휴면예금을 사회복지사업을 위한 '소액 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휴면계좌 이체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면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 법안은 현재 금융소위에 계류돼 있다.

엄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휴면예금을 해당 은행에 있는 원 고객의 활동계좌 외에 다른 은행에 있는 원 고객의 활동계좌로도 자동이체를 해주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 없이 계좌정보가 제3자에게 노출되는 만큼 금융실명제 적용을 6개월간 한시적으로 배제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계좌이체 수수료 부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현미 의원도 "엄 의원의 법안은 휴면예금을 공익사업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을 뿐 아니라 위헌 소지도 많다"고 반대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정부가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해 현재 재경위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돼 있다.

최대 쟁점은 은행의 고유 권한인 지급결제 업무를 증권사에까지 허용토록 한 것.증권사 등 투자금융사가 자산운용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논란 거리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을 비롯한 12명은 지난달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을 유보하는 내용의 '맞불 법안'을 발의했다.

증권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는 것은 국가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지급결제 제도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발의자엔 재경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도 포함됐다.

여기에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도 이 의원의 안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경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엄호성 의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일부 의원이 지급결제 시스템의 문제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전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볼 때 관련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사실상 정부안 지지 입장을 보였다.

정부도 원래 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재경위는 오는 12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법안을 본격 심의할 예정이지만 의원들 간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아 치열한 격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영식/강동균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