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속 거래 '뚝' … 시름잠긴 중개업소 변신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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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세가 뚜렷해 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 거래마저 급감하자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잇단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수개월째 거래 공백이 지속되는 바람에 수입(중개 수수료)이 거의 끊겨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대료 등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해 자진 휴·폐업하고 부동산 관련 회사에 취직하거나 옷가게 혹은 음식점으로 업종을 바꾸는 중개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다시 '좋은 시절'이 올 때를 기다리며 세탁소 등을 겸업하거나 '투잡'으로 불황을 버티는 눈물 겨운 노력도 눈에 띈다.
◆임대료 못내 휴.폐업 속출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 단지에서 중개업을 했던 A씨는 1년 만에 5000만원 이상을 까먹고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갔다.
취직한 곳은 부동산 개발 회사로 강원도와 충청도 등지에서 주택 분양사업을 맡게 됐다.
A씨는 "월급쟁이 생활을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임대료도 못 내는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개업을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면 다시 돌아올 생각이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심정을 털어놨다.
번듯한 회사에 취직한 A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일부 중개업자들은 기획부동산에 유입되기도 한다.
성북구 하월곡동 B공인 관계자는 "땅을 오래 취급했던 인근 중개업자가 강원도에서 임야를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에 취업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 요즘 같은 춘궁기에는 그렇게 옮겨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게 부러울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부동산 관련 일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업종으로 환골탈태하는 사례도 많다.
분당신도시 정자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10평짜리 부동산 중개업소는 최근 카페로 바뀌었다.
주변에는 옷가게로 바뀐 곳도 있다.
서울·수도권 근린상가 내 중개업소는 음식점으로 바뀐 경우도 많다.
◆점포 내에 또 점포 차려
중개업소 한 쪽에 따로 점포를 차려 월세라도 건져보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은평구 C공인 중개업소는 점포 안에 세탁소를 차렸다.
세탁소뿐만 아니라 비디오·책 등의 대여점,이삿짐센터 등을 겸한 중개업소가 올 들어 이곳저곳에서 계속 생겨나고 있다.
얼마 전 이삿짐센터를 개업했다는 은평구 D공인 관계자는 "보증금만 까먹으며 놀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점포를 열기는 했지만,이사하는 사람이 없어 매출이 전무한 상태"라며 "없는 살림에 공연히 투자비만 날리는 일을 벌인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며 하소연했다.
심지어 수도권 외곽에서는 중개업소를 점포 안 구석으로 치우고 토목 관련 회사를 차린 사례까지 있다.
회사라고는 하지만 생활비라도 건지려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알음알음 소개받아 정화조 판매 등 간단한 일부터 전원주택 터를 조성하는 공사까지 닥치는 대로 떠맡아 처리한다.
특히 강원도에서는 땅값이 호가만 오를 뿐 거래가 아예 없어 호구지책으로 이 같은 소규모 회사들을 차리는 경우가 증가일로에 있다고 현지 중개업자들은 설명한다.
◆경매.주식투자에 눈 돌려
지난해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중개업소를 인수한 중개업자 두 명은 요즘 하루씩 돌아가면서 대리운전을 한다.
젊음 하나 믿고 창업하기는 했지만,장사가 너무 안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임시방편이다.
대리운전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얼마 안 되지만 버티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경매로 눈을 돌리는 중개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경매지식을 얻기 위해 100만원 정도를 내고 전문 학원에서 공부하기도 한다.
최근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주식 투자 경력이 있는 중개업자 가운데는 증권사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컴퓨터에 깔고 주식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다단계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는 소문이다.
분당신도시 정자동 E공인 관계자는 "시범단지 주변에서는 중개업자들이 다단계 사업을 함께 한다는 등의 말도 들린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매가 안 되는 분양권을 복등기나 가등기를 이용해 팔 수 있게 해주겠다든지 악성 매물을 팔아줄테니 보수를 달라는 식으로 불법·편법거래에 나서는 일까지 부쩍 늘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잇단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수개월째 거래 공백이 지속되는 바람에 수입(중개 수수료)이 거의 끊겨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대료 등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해 자진 휴·폐업하고 부동산 관련 회사에 취직하거나 옷가게 혹은 음식점으로 업종을 바꾸는 중개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다시 '좋은 시절'이 올 때를 기다리며 세탁소 등을 겸업하거나 '투잡'으로 불황을 버티는 눈물 겨운 노력도 눈에 띈다.
◆임대료 못내 휴.폐업 속출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 단지에서 중개업을 했던 A씨는 1년 만에 5000만원 이상을 까먹고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갔다.
취직한 곳은 부동산 개발 회사로 강원도와 충청도 등지에서 주택 분양사업을 맡게 됐다.
A씨는 "월급쟁이 생활을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임대료도 못 내는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개업을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면 다시 돌아올 생각이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심정을 털어놨다.
번듯한 회사에 취직한 A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일부 중개업자들은 기획부동산에 유입되기도 한다.
성북구 하월곡동 B공인 관계자는 "땅을 오래 취급했던 인근 중개업자가 강원도에서 임야를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에 취업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 요즘 같은 춘궁기에는 그렇게 옮겨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게 부러울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부동산 관련 일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업종으로 환골탈태하는 사례도 많다.
분당신도시 정자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10평짜리 부동산 중개업소는 최근 카페로 바뀌었다.
주변에는 옷가게로 바뀐 곳도 있다.
서울·수도권 근린상가 내 중개업소는 음식점으로 바뀐 경우도 많다.
◆점포 내에 또 점포 차려
중개업소 한 쪽에 따로 점포를 차려 월세라도 건져보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은평구 C공인 중개업소는 점포 안에 세탁소를 차렸다.
세탁소뿐만 아니라 비디오·책 등의 대여점,이삿짐센터 등을 겸한 중개업소가 올 들어 이곳저곳에서 계속 생겨나고 있다.
얼마 전 이삿짐센터를 개업했다는 은평구 D공인 관계자는 "보증금만 까먹으며 놀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점포를 열기는 했지만,이사하는 사람이 없어 매출이 전무한 상태"라며 "없는 살림에 공연히 투자비만 날리는 일을 벌인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며 하소연했다.
심지어 수도권 외곽에서는 중개업소를 점포 안 구석으로 치우고 토목 관련 회사를 차린 사례까지 있다.
회사라고는 하지만 생활비라도 건지려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알음알음 소개받아 정화조 판매 등 간단한 일부터 전원주택 터를 조성하는 공사까지 닥치는 대로 떠맡아 처리한다.
특히 강원도에서는 땅값이 호가만 오를 뿐 거래가 아예 없어 호구지책으로 이 같은 소규모 회사들을 차리는 경우가 증가일로에 있다고 현지 중개업자들은 설명한다.
◆경매.주식투자에 눈 돌려
지난해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중개업소를 인수한 중개업자 두 명은 요즘 하루씩 돌아가면서 대리운전을 한다.
젊음 하나 믿고 창업하기는 했지만,장사가 너무 안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임시방편이다.
대리운전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얼마 안 되지만 버티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경매로 눈을 돌리는 중개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경매지식을 얻기 위해 100만원 정도를 내고 전문 학원에서 공부하기도 한다.
최근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주식 투자 경력이 있는 중개업자 가운데는 증권사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컴퓨터에 깔고 주식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다단계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는 소문이다.
분당신도시 정자동 E공인 관계자는 "시범단지 주변에서는 중개업자들이 다단계 사업을 함께 한다는 등의 말도 들린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매가 안 되는 분양권을 복등기나 가등기를 이용해 팔 수 있게 해주겠다든지 악성 매물을 팔아줄테니 보수를 달라는 식으로 불법·편법거래에 나서는 일까지 부쩍 늘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