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터쇼는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모터쇼인 것 같다."

지난 5일 서울 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 참석한 한 해외 자동차 업체 임원이 쓴웃음을 지으며 꼬집은 말이다.

이 임원과 30분 남짓 인터뷰를 하는 도중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음악소리와 각종 효과음 때문에 대화가 끊겼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했다.

그는 "다른 세계적인 모터쇼에서는 전시관의 크기와 소음 규제 기준이 정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고양 킨텍스(KINTEX)는 참가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소음에 묻힌 듯한 모습이다.

전시장이라기보다는 아울렛 매장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나마 업체들이 자제했던 프레스데이와는 달리 일반 관람이 시작된 6일 오후부터는 소음에 관람객들이 짜증을 낼 정도다.

한쪽 편에서 전시된 자동차를 꼼꼼히 살펴보려 하면 다른 편에서는 비보이 공연을 한다며 음악을 틀어대 정신을 빼 놓는다.

비보이 공연이라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비보이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곳의 바로 옆 전시관에서는 패션쇼를 한다며 또 다른 음악을 틀어놓고 한편에서는 관람객 참여 이벤트를 진행한다며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여러가지 이벤트를 통해 관람객을 모아보자는 것이겠지만 옆사람과 대화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차분하게 자동차를 살펴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서울 모터쇼를 '세계 5대 모터쇼'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는 그에 걸맞게 참가업체 수도 늘어났고 수입차 업체들의 경우 본사의 지원이 확대되는 등 대회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 조직위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모터쇼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은 규모만이 아니다.

관람객이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고 자동차산업과 좀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못하는 모터쇼라면 의미가 없다.

주최 측은 대회 규모를 확대하고 이를 홍보하는 데 주력했지만 정작 관람객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점에 불편을 느낄지에 대해서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유승호 산업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