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인 돈을 회수하는 데 10년 넘게 걸리는 사업을 시작하니까 주변에서 '바보'라고 하더라고요."

박지훈 JEI 재능유통 사장(55)이 최근 임대 방식 아파트형 공장 사업에 나서 주위의 이목을 끌고 있다.

JEI 재능그룹은 30년간 교육분야에만 전념해온 기업.이 회사가 교육과 연관이 없는 신사업,그것도 분양이 아닌 임대 방식으로 운영되는 아파트형 공장 사업에 나선 것이다.

주위의 반응이 어떠냐고 묻자 박 사장은 "얼마나 만류가 심했는지…" 라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그룹이 30돌을 맞으면서 뜻깊은 사업을 해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e러닝 업체들의 클러스터'였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IT 관련 벤처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아파트형 공장을 눈여겨 보니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슬럼화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임대형으로 아파트형 공장을 만들어 건물 관리를 재능그룹이 전담하면 입주 업체는 분양대금 마련의 부담도 줄어들고 아파트형 공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대 방식으로 아파트형 공장을 운영할 경우 건물의 건축비를 회수하는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축 사업자들이 분양 방식으로만 공급한다"며 "임대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공실률이 20% 정도 된다고 가정할 때 건축비 회수에 9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입주시작 한달만에 벌써 60%이상의 사무실이 찬 '제이 플라츠'는 연면적 3만여평에 지하 4층,지상 15층으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단일 건물로는 최대 규모다.

지상 5층까지 들어설 지원시설은 세계적인 부동산전문컨설팅업체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가 직접 임대 유치를 담당한다.

제이 플라츠의 임대료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의 절반 수준.하지만 시설은 강남에 못지 않아 입주 희망 기업이 적지 않다.

박 사장은 "재능교육의 방송국 시설을 비롯해 커피빈 GS25 올리브영 등 지명도 높은 상가시설,금융회사 등을 갖췄더니 자연스럽게 e러닝 업체들이 몰렸다"며 "특히 재능그룹의 핵심시설을 건물에 배치한 것이 '향후 아파트형 공장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다'라는 믿음을 입주 기업들에 심어줄 수 있었던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재능그룹과 같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괴짜들이 있어야 산업이 발전하지 않겠느냐"며 "10년 후에는 새로 건립되는 아파트형 공장들 모두가 제이 플라츠와 같은 임대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