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과도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유효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17년째 변함없이 2단계로만 구분돼 있는 법인세 누진체계를 4단계 내외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뛰어가는 경제현실,기어가는 법인세제'라는 보고서에서 "OECD 국가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까지 법인세를 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경쟁 대상국의 법인세 인하가 완료되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져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법인세를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은 법인세 실효세율을 현행 38.9%에서 2008년까지 29.8%로 낮추기로 했고 프랑스도 현재 34.4%인 법인세 실효세율을 앞으로 5년 내 20%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싱가포르가 현행 20%의 법인세율을 조만간 18%로 인하하고 말레이시아도 올해와 내년 법인세율을 각각 1%포인트 내려 베트남과 태국보다 낮은 16%의 세율을 유지할 전망이다.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명목 법인세율은 1990년 34%에서 그동안 꾸준히 인하돼 현재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은 25%를 기록,OECD 주요국보다 낮고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다소 높아 적정 수준인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연구원은 "명목세율이 떨어졌음에도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법인세 증가율은 10.8%에 달했고 명목 GDP 대비 법인세의 비중은 1993년 2%에서 2005년 3.7%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기 국세수입 중 법인세 비중도 16.1%에서 24.8%로 급증했다.

반면 OECD 주요 국가 법인세의 대 명목 GDP 비중은 2004년 기준 1.6~3.7%이며 법인세의 대 국세수입 비중은 4.5~8.7%에 불과하다.

연구원은 또 "명목세율 외에 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을 나타내는 영업이익 대비 평균유효법인세율도 1996년 16.3%에서 2003년 24.3%로 증가세를 보여왔다"며 "이는 OECD 주요국과는 비슷하지만 대만과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10∼15%포인트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앞으로 다른 나라들이 법인세를 인하하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져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법인세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원은 "연매출 100억원인 중소기업의 법인세 과표가 통상 3억~4억원 정도 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1990년 이후 줄곧 1억원 과표 기준으로 2단계로 단순화돼 있는 법인세 누진체계도 4단계 내외로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