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비준하고,빨리 발효시킬수록 우리 기업의 이익도 커질 것입니다."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한국 수석대표는 8일 광화문 외교통상부 8층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은 잘 타결된 만큼 비준을 서둘러 FTA의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TPA)을 곧바로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빨리 서명하고 비준해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FTA를 맺기 전에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무역협상권은 의회가 갖고 있으며 이를 TPA 형태로 일정 기간 행정부에 위임해준다.

따라서 미 행정부는 TPA를 부여받지 못하면 FTA 등 통상협상을 할 수 없다.

민주당 주도의 미 의회가 6월 말 종료되는 TPA를 곧바로 연장해 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연장된다 해도 협상 상대를 정해 타결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해 길면 5년 정도까지 미국이 제3국과 FTA를 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협상 결과와 관련,"내용은 최소한 나쁘지 않다고 본다.

줄 것과 지킬 것을 명확하게 나눴고 지켰다"고 말했다.

미국은 농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쌀도 끝까지 요구했지만 주요 핵심품목은 10년,15년까지 확보했고 세이프가드 등 보호장치가 붙도록 타결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FTA가 긍정적 결과를 내려면 경제 주체들이 뛰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FTA가 됐다고 저절로 대박이 터지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이익을 창출해 내겠다는 각 주체들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관세 인하만 해도 그렇다.

기업들이 관세 철폐 일정에 맞춰 생산 품목과 원산지 기준 등을 분석,특혜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김 대표는 "단기적으로 관세 인하가 가장 큰 효과겠지만 중기적으로는 많은 투자가 들어와 서비스업에도 경쟁이 심화되며 질 자체를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도의 선진화도 기대되는 효과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수치로 계량하기 어려운 효과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타결 직후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김현종 본부장의 눈에 비친 눈물을 통해 내 눈물을 봤다"고 말했다.

타결 직후 김 본부장과 둘이서 방에서 담배를 피운 뒤 둘이서 악수를 했는데 서로 못 본 척했지만 본부장 눈에 맺힌 눈물을 봤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막판 시한을 두고 정말 위험한 게임을 벌였다.

짐작은 했지만 시한이 남아있는지는 확실히 모르니까.

저쪽도 TPA가 종료되는 시점에 FTA를 타결하는 게 처음이어서 양쪽 다 전전긍긍해 했다"고 말했다.

특히 협상전략가는 상대방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대 파트너가 있고 내 뒤에 국내 여론이 있다.

그 다음은 정부 내 다른 부처의 입장과 대표단 내 분과장들의 입장과도 싸워야 한다.

상대편으로 가면 내 건너편에 앉아 있는 대표단 뒤의 의회까지 생각해야 한다.

일대일이 아니다.

시각을 넓혀야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협상 철학이다.

그는 "협상을 깨는 것은 쉽지만 타결시키는 것은 어렵다.

중간에서 만나는 것은 기술이다.

우선은 상대방과 신뢰가 있어야 하고 진솔한 대화 속에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신뢰가 있어야 하고 상대에 나를 투영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무엇보다 배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항간에 일고 있는 이면 합의설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미국과 한 약속은 무엇이 됐건 협정문에 다 담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먼길을 왔고 어떻게 보면 국운이란 게 있는 것 같다"며 협상 타결을 운에 돌렸다.

향후 계획을 묻자 "그동안 좋아하던 스포츠를 못했다"며 "여유가 생기면 늦잠 좀 자고 산에 가서 생각을 간추려야겠다"고 말문을 맺었다.

글=김현석/사진=강은구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