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최근 빠른 속도로 하락(원화 절상)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일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3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931원90전에 마감됐다.

한때 93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지만 당국의 개입성 매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유입되며 930원 선은 유지했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784원23전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엔화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한 절상 압력이 커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원·엔 환율은 엔화가 원화에 대해 상대적인 강세로 돌아서며 상승반전할 가능성도 있다.

◆환율 왜 떨어지나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로 미 달러가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원화를 사고 달러화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새 유로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2.2%,파운드는 3%,호주달러는 6.6%,뉴질랜드 달러는 7% 절상됐다.

원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1.6% 높아졌다.

글로벌 달러 약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미국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무역적자도 부담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로 대표되는 세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달러화 가치가 10% 이상 절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들의 주식순매수 행진과 무관치 않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국내증시에서 8200여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배당금 해외송금에 따른 '달러 사자'도 예상보다 많지 않은 편이다.

이처럼 원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통화들이 달러화에 대해 강세인데 엔화는 '나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 가치는 한 달 전과 비교해 달러화에 대해 2.8% 절하됐다.

최근의 엔화 약세는 2월 말 이후 부분적으로 청산됐던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가 재개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를 기준으로 원화는 강세를,엔화는 약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은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고(원화 절상) 있다.

최근 한 달 새 원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 3.64%나 올랐다.

◆원·달러 환율 하락압력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 약세로 당분간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930선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는 당국의 개입 강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엔 환율은 일본 초저금리 정책을 수정할 경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추가 하락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적으로 일본 엔화의 나홀로 약세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강해지는 분위기"라며 "G7에서 엔화 약세 문제가 거론되면 원·엔 환율은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상반기의 금리인상 기대는 물건너 갔지만 하반기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고,IMF 등에서도 환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하고 있어 엔화가 계속 약세를 유지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