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값 언제 내리나요."

"얼마나 깎아줄 거죠."

"지금 사면 손해 아닌가요."

최근 일선 자동차 영업점에 밀려들고 있는 고객들의 목소리다.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5개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의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FTA가 빨라야 2009년에나 발효되고,특소세 인하 등은 그로부터 3년 뒤에나 적용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오해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이 일시적인 영업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관세 철폐 및 특소세·자동차세 인하 효과를 기대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입 계획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의 판매량이 전달보다 15%가량 급감했다.

3월보다는 4월이 차량 판매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24개 지점을 거느린 현대차 남부지역본부의 경우 하루 평균 200대에 달했던 판매량이 지난 6일에는 70대로 65%나 떨어졌다.

현대차 김영옥 선릉지점장은 "수입차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특소세나 보유세 변동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국산차 고객들은 세금에 민감하다"며 "수입차와 경합 중인 강남 지역에서는 국산차의 판매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이달 판매량도 전달에 비해 15~20%가량 줄었다.

특히 특소세가 10%에서 5%로 인하되는 2000cc 이상 차량의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박노진 대우자동차판매 영업담당 상무는 "토스카 2.5를 구매하려는 고객들로부터 차값 인하 시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쌍용차 용산지점 관계자는 "평소보다 고객들의 구입 문의전화가 10% 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수입차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포드코리아의 공식딜러인 선인자동차 배기영 사장은 "일부 고객은 차값을 깎아주지 않으면 구입을 미루겠다고 한다"며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면 무상 서비스 기간을 늘려 주거나 옵션을 추가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양국 의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감안하면 FTA 발효 시기는 빨라야 2009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발효 후 3년이 지난 2012년에야 2000cc 이상 차량에 대한 특소세가 인하되기 때문에 적어도 앞으로 5년은 지나야 차값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당장 차값이 떨어질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호/유승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