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경찰 킴블(아널드 슈워제네거)은 졸지에 유치원 교사를 맡는다. 소문난 강력계 형사지만 천방지축인 아이들을 다룰 방법은 없다. 가장 큰 일은 낮잠 재우기. 어쩔 줄 모르던 킴블은 결국 경찰학교 수업방식을 도입,교실에서 벗어나 전원에게 구보를 시킨다. 피곤한 아이들은 간식을 먹자마자 쓰러져 잔다.'

할리우드 영화 '유치원에 간 사나이'는 원장을 비롯 여자교사 일색이던 유치원에 남자교사가 부임하면서 생기는 변화를 보여준다. 킴블이 생각해낸 단체행동과 '운동장 뛰어서 돌기' 등은 여교사의 교육사전엔 없던 것이다. 직업 특성의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남녀의 발상 차이 또한 무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유치원이지만 국내의 초·중·고교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자 담임선생님은 간혹 아이들과 축구도 하지만 여자 담임은 그러기 힘들다. 물론 학생과 뛰노는 건 교과 지도와 별개의 일이고,담임이 함께 뛰지 않아도 남학생들은 흙먼지 속에 뒹굴기 일쑤다. 그러나 운동장 놀이에 대한 남녀 교사의 눈길은 다르기 쉽다.

서울시 교육청이 초ㆍ중학 교사의 '여초(女超) 현상' 해소차 남성할당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의 여교사는 초등학교 82.3%,중학교 67.6%이고,24세 이하 신임은 초·중 모두 95% 이상이라는 마당이다. 이대로 가면 대다수 남학생이 사춘기 때까지 남자담임을 만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경기도 신도시 일대를 비롯한 지방의 상태는 서울보다 훨씬 더하다. 교직의 여성화는 우리만의 특별한 현상도 아니고 가르치는데 남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초등학교 교사는 교대 입학 때 할당제가 적용되는 만큼 이중 특혜라는 얘기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여자교사가 남학생의 특성과 고민을 다 이해하긴 힘들 것이다. 서로 다른 성(性)에 대해 알고 그럼으로써 양성평등적 사고를 키우자면 인격 형성기인 초·중학교 때 남녀 선생님께 고루 배울 필요가 있다. 할당제보다 우수한 남성의 교사 지망을 유도하는 게 먼저겠지만 말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