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맞아 로마서 `사형 반대' 행진 눈길

부활절이었던 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이색적인 부활절 행사가 있었다.

사형제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은 이날 오전 로마 시청을 출발해 로마의 여러 거리를 거친 뒤 바티칸 시티의 성 베드로 광장까지 행진했으며, 그 다음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집전하는 부활절 미사에 참가했다.

다니엘레 데 루카라는 21세 여성은 조립식 교수대를 나르고 있었고, 다른 몇몇 시위자들은 밧줄로 만든 올가미를 자신의 목에 씌운 채 걷고 있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전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사형 제도, 일반적으로는 전쟁에 항의하는 뜻에서 예수가 부활한 부활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예수는 궁극적인 의미에서 사형 제도에 의해 처형된 희생자로서 완벽한 평화주의자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목에 올가미를 걸고 `나는 반대한다'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일라랴 스티발리(32.여)는 "오늘은 부활절이며, 우리는 사랑과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우리가 평화를 원한다는 점을 말하는 방식이며, 우리의 정부에 뭔가를 말해야만 하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말하고 "사형 제도는 비인간적이고 나는 더 이상 사형 제도를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형 반대 시위자 중 일부는 이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부활절 강복 메시지를 통해 비폭력과 인권의 중요성을 일반적으로 언급했을 뿐, 사형제도를 거론해서 반대 의사를 천명하지 않은 것에 실망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강복 메시지에서 "이 세계에는 너무나 많은 상처와 고통이 있다"면서 "수 없는 희생자와 엄청난 물질적 파괴를 초래하는 자연 재해와 인간적 비극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황은 "나는 기아와 난치병, 테러리즘 및 납치, 수천 가지 얼굴을 한 폭력, 생명 경시, 인권 침해 및 인간 착취 등과 같은 재앙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의 정당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