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함 15개국만 '뼈 제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맞물려 갈비 등 뼈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여부가 논란인 가운데, 현재 세계 100여개국은 뼈나 살코기 등 부위에 별다른 제약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등 15개 나라는 연령과 부위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이들 역시 오는 5월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 등급을 받으면 미국의 요구로 조건 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뼈 제외' 조건 한국 등 15개국

9일 한미FTA 체결지원위와 농림부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이 자국의 쇠고기를 팔 수 있는 상대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모두 116개다.

특히 이 가운데 92개 나라는 수입 쇠고기에 거의 제한 조건을 붙이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알바니아.콜롬비아.쿠바.바레인.캐나다 등 36개 나라는 미국과 맺은 개별 수입조건을 통해 연령이나 부위에 관계없이 쇠고기를 받아들인다.

또 오스트리아.벨기에.체코.덴마크 등 유럽연합(EU)과 네덜란드령 안틸러스 등 32개국도 광우병과 관련, 미국산 쇠고기에 연령.부위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이들 유럽 국가는 당초 쇠고기 수입시 성장호르몬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명을 요구,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에 상당 기간 금수 조치를 취했으나 이 조건마저도 지난 90년대 후반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패소함에따라 효력을 잃었다.

92개국 가운데 나머지 아르헨티나.

브라질.남아공.파키스탄.베네주엘라.우루과이 등 24개국은 특별한 수입조건(FSIS)은 없지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 실적이 있는 나라들이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등 23개 나라는 특정 연령과 부위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미국과 '30개월령 미만', '뼈 없는 살코기'라는 수입 위생조건을 맺고 있는 나라는 칠레.홍콩.대만.이집트.필리핀.태국.중국 등 모두 15개다.

더구나 이 중에서도 수입 물량 전부에 대해 뼈 포함 여부를 검사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러시아.베트남.멕시코.레바논.도미니카공화국.우크라이나 등 8개 나라는 '30개월령 미만'이라는 연령 기준만 충족되면 뼈.살코기 구분없이 모든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연령 기준이 '20개월령 미만'으로 우리나라 등에 비해 엄격하지만, 부위 기준에서는 갈비 등 뼈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미국은 30개월 이상 소에 대해서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뒤 수출하고 있다"며 "현재 100여개 나라는 이 조건의 미국산 쇠고기를 그대로 수입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5월 이후 美쇠고기 제한국 더 줄듯

이처럼 많은 나라들이 현재 미국산 쇠고기에 따로 부위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지난 96년 OIE와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3개 국제기구가 기술적 협의를 거쳐 내린 "30개월 이상 쇠고기에서 SRM만 제거하면 교역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일반적으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는 5월 미국이 OIE로부터 공식적으로 광우병 위험 등급을 받게되면, 미국산 쇠고기에 연령.부위 제한을 두는 수입국 수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OIE의 광우병 위험 등급은 광우병 위험 없음(Negligible risk)-광우병 위험 통제(Controlled risk)-위험도 미정(Undetermined risk) 등 3단계며, 각 등급의 교역조건은 제한 없음-30개월이상 쇠고기 SRM 제거-12개월이상 쇠고기 SRM 제거 등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 3월 OIE 과학위원회로부터 두 번째 등급인 'Controlled risk' 판정을 받았고, 오는 5월 넷째주 OIE 총회가 이를 최종 승인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후 미국은 30개월이상 쇠고기에서 두개골.척추.편도.회장원위부 등 SRM만 빼면 원칙적으로 자국 쇠고기의 연령 및 부위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워 우리나라 등에 조속한 위생조건 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5년 세계무역기구(WTO) 설립과 동시에 발효된 '위생검역조치 적용에 관한 협정'에 따라 동물 검역 및 교역 관련 판단을 OIE 기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미국측의 요청에 응해 위생조건 개정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일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이 "OIE가 미국을 광우병 위험통제국가로 확정하면 갈비까지 수입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수입국은 WTO 위생검역 협정이 보장하는 권리대로, 8단계의 자체 위험평가를 거쳐 최종적으로 위생조건 개정을 결정할 수 있다.

자체 위험평가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위험을 발견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OIE 기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교역 조건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농림부 관계자는 "세계적 권위의 검역 전문가들이 잠정 평가하고, 170여개 OIE 회원국이 총회에서 추인한 결과를 뒤집을만한 결정적 문제를 우리가 독자적으로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더구나 작년 1월 위생조건을 맺기에 앞서 진행된 미국에 대한 1년 동안의 위험평가 과정에서도 큰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OIE 판정에 전혀 구속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 협정을 보면, 'OIE 기준을 이유로 회원국이 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의 적정 보호 수준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며 OIE 등급 판정을 근거로 한 미국의 '뼈 포함 쇠고기 수입'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