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두통·불면증·만성피로감…

[건강한 인생] 당신도 '가면형 우울증'?
명예퇴직 권고를 받은 김모씨(45). 얼굴은 웃음을 보이지만 말수는 줄어들고 절망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소화불량 속쓰림 두통 불면증 만성피로감 성욕감퇴 등 신체적 증상만 두드러지는데 우울한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게 '가면형 우울증'이다.

실제 우울증인데 가면을 쓴 것처럼 증상에 가리워져 우울증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가면을 벗겨내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우울증으로=가면형 우울증 환자는 다양한 신체증상과 함께 정신적으로 위축돼 매사 재미가 없고 의욕이 떨어진 상태가 지속된다.

후회·절망감·자책감에 시달리고 억울한 감정·화·분노 등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건강염려증(신체 증상에 대한 지나친 염려와 집착), 공격성, 반사회적 행동, 범죄행동, 폭음, 알코올중독, 약물남용 등이 뒤따른다.

점차 슬픔과 허무감이 깊어져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며 심한 경우 망상과 환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에 반해 가성 우울증은 실제 우울증이 아니다.

심리적 문제로 두통 관절통 근육통을 호소하고 '내가 우울하다'고 자주 말하고 다닌다.

꾀병은 아니나 치매 스트레스 권태감, 고혈압약과 같은 약물복용, 다른 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점검해 원인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나이마다 다른 양상 보여=청소년 가면형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대신 '짜증과 반항'이 심한 특징을 보인다.

우울증을 갖는 청소년은 예외없이 자신감이 저하돼 있으므로 밖에 나가서는 짜증내기도 어렵다.

그래서 특히 집에서, 아침 등교 전에 더 심한 짜증과 우울증을 표출한다.

이는 등교거부, 약물남용, 비행,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년의 우울증은 명예퇴직, 감원, 사회적 압박감, 낮은 성취감, 인생에 대한 회의 등으로 자살까지 시도하게 된다.

자존심 때문에 치료받을 시기를 놓치거나 술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은 게 특징이다.

빈둥지증후군 화병 건망증 절망감 죄책감 의심 공허함 등이 나타난다.

노인의 우울증은 모호한 신체증상, 불면, 불안,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가성치매) 등이 특징적이다.

김영돈 대전선병원 신경정신과 원장은 "전형적 우울증 환자는 본인이나 가족이 비교적 쉽게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가면형 우울증은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아 치료가 늦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은 부끄러워하거나 고민할 병이 아니다"며 "치료기간은 보통 수개월 정도이고 완치율은 90% 이상이므로 조기치료해 성격장애나 자살로 이어지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인생] 당신도 '가면형 우울증'?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