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文行 < 수원대 교수 moonhlee@suwon.ac.kr >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학년마다 특색이 있다.

대개 1학년 때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느라 강의실에서조차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외모도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다.

하지만 겨울 방학이 지나고 새 학기가 되면 여학생들은 좀 더 세련돼지고 남학생들도 제법 의젓해져서 대학생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어 간다.

드디어 캠퍼스 커플들이 생기기 시작하고,사랑앓이로 생애 최대의 고통을 받게도 되며,군 복무에 대한 생각으로 고민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기도 한다.

3학년이 되면 마냥 들떠 지내던 1,2학년 때와는 달리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사뭇 진지해진다.

특히 남학생들은 대개 군 복무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열의도 높아서 성적이 급격하게 향상되는 것이 바로 이 시기다.

그러다가 취업이 발등의 불이 되는 4학년이 되면 학교보다는 학원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개 19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요즘 대학생들은 그 당시 대학을 다녔던 우리들과는 사뭇 다른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실제로 그들은 대학 생활 내내 어학 실력을 높이기 위해 학원 수강은 물론이고 취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 각종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린다.

그러다 보니 대학 캠퍼스에도 이와 관련된 현수막들이 주를 이루고,취업을 돕는 교양 강좌는 대형 강의실도 모자랄 정도로 수강생이 넘쳐난다.

뿐만 아니라 성적에도 민감하다.

그래서 학점을 줄 때는 꼼꼼하게 평가 이유를 기록해서 이의 신청에 대비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 때는 교수님이 주시는 점수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또한 시험 때가 되면 유난히 필기를 잘하는 학생들의 노트를 복사하느라 학교 앞 복사 가게는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노트 빌려주는 것도 꺼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모두가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주의적 성향은 점점 심해지고 동아리(예전엔 서클이라고 불렀던) 활동 참여도 매년 줄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 학과 전체가 참여하는 연합 엠티가 있었다.

1학년들은 공연을 준비하고,2학년 이상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함께 참여해 대화를 나누는 자리다.

졸업하고 학교에 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매년 참석해서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대견한 졸업생들이 있는가 하면,군 복무 중 휴가나 외박을 얻어 참여하는 열성파도 있다.

아무쪼록 이날만은 취업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대학의 낭만을 맘껏 누렸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