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도시 일부에 배급소와 별도로 '양식수매상점'을 만들어 쌀의 시장 유통을 처음으로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당국이 운영하던 대도시 식당과 가라오케들도 대거 자영업으로 전환되는 등 시장경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평양을 비롯한 북한 대도시에 양식수매상점이 등장하기 시작,쌀과 옥수수가 공산품처럼 거래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배경을 분석 중이다.

북한에서 최근까지 쌀의 민간 거래는 암거래로 단속 대상이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서 쌀은 주민을 장악하는 수단으로서 정치적 의미가 강했다"며 "공산품의 시장 유통을 허용한 것과 쌀을 허용하는 것은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북한은 배급소인 '양정사업소'에서 kg당 8전에 쌀을 배급하다 2002년 물가를 일괄 조정한 7·1조치 이후 44원씩 받았다.

그러나 만성 식량 부족 때문에 이 같은 배급 체계는 사실상 제한적으로만 가동되고 있다.

대북 지원 사업을 하는 좋은벗들의 노옥재 국장은 "현재 북한에서 배급 쌀의 혜택을 받는 것은 당 간부,군인,군수 공장 직원 등 권력기구 내 일부뿐이고 일반인은 장마당(시장)에서 kg당 800~900원씩 주고 몰래 쌀을 사다 먹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성업 중인 양식수매상점은 수익의 일부를 국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영업 허가권을 받고,외국에서 쌀을 사다 파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교수는 "북한이 쌀의 시장 유통을 허용하는 것은 계획경제가 시장경제에 밀리고 있다는 증거"라며 "북한이 쌀을 통한 주민 통제를 사실상 포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서울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운영하던 대도시 식당과 가라오케들도 지난 2년 새 대거 자영업으로 전환됐다"고 전했다.

식당 역시 개인 사업자가 당국에 인수금을 지불하고 영업권을 받은 뒤 매달 수익의 일부를 납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평양의 고급 식당들이 당국에서 민간으로 운영 주체가 바뀐 후 가격은 절반으로 내리고 품질은 오히려 좋아졌다"며 "초기적인 형태의 시장 경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라고 전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