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이 미뤄지면서 쌓이는 잠재부채 규모가 하루 3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인용해 온 잠재부채 규모(하루 800억원꼴)의 4배 수준이어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고령화로 잠재부채 기하급수적 증가

한국경제신문이 10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2030년까지의 연금 잠재부채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238조원인 국민연금 잠재부채는 2030년께면 2809조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앞으로 23년 동안 하루 평균 3062억4000만원씩(연평균 111조7800억원,23년간 총 2571조원)의 잠재부채가 더 쌓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잠재부채 증가폭은 그동안의 정부 발표치(하루 800억원)의 3.8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2010년까지의 잠재부채만 계산해 '하루당 얼마씩'으로 썼으나 이를 2030년까지로 늘려보면 급격한 고령화 추세 탓에 잠재부채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지금 제도 아래서는 가입자들은 낸 돈보다 2.1배의 연금을 타가게 돼 있는 데다 앞으로는 돈을 내는 사람(가입자)은 줄어드는데 타가는 사람(수급자)은 늘어나게 돼 잠재부채 추계 기한을 늘리면 늘릴수록 그 규모가 급격히 커진다는 것.

◆개혁하면 잠재부채 절반 이상 줄어

연금을 개혁하면 어떻게 될까.

복지부는 정부·열린우리당안(보험료율은 12.9%로 올리고 소득 대체율은 50%로 내리는 안)대로 개혁했을 때는 잠재부채가 하루 1309억6000만원씩(연평균 47조8000억원,23년간 총 1099조원) 늘어나 2030년께면 1337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연금 수급구조를 '더 내고 덜 받게' 고치더라도 가입자들은 여전히 낸 보험료보다 1.5배에 달하는 연금을 타가게 되기 때문에 잠재부채는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개혁을 안 했을 때보다는 잠재부채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연금을 개혁했을 때와 안했을 때의 잠재부채 차이는 하루 1753억4200만원꼴(연평균 64조원,23년간 총 1472조원)인 것으로 계산됐다.

연금개혁을 미룸으로써 연금개혁을 했을 때보다 미래의 아들·딸 세대에 하루 1인당 1만222원(연평균 373만1000원,23년간 총 8581만5000원)의 빚을 더 떠넘기는 셈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경제학과)는 "연금 잠재부채는 계산 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고령화 추세 때문에 2030년,2050년까지 지연될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그전에 빨리 재정안정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


[ 용어풀이 ]

연금정치(pension politics)=연금개혁이 논리나 정당성보다는 사회세력 간 힘의 분포에 의해 결정되는 현상을 뜻한다.

선진국에서는 연금 고갈 시기에 노인 표를 의식해 치열한 합종연횡이 벌어진다.

연금 잠재부채=줄 돈과 갖고 있는 돈 간의 차액이다.

세계은행은 현 시점에서 연금을 청산한다고 할 때 연금 수급자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최소한의 금액(부채)에서 기금적립금(잔액)을 뺀 금액으로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