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0일 오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SK텔레콤 분당 액세스(Access) 연구원으로 향했다.

그동안 많은 중국 지도자가 한국을 방문했지만 도착 즉시 특정 기업 사업장으로 직행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원 총리가 SK텔레콤 분당연구원에 급히 들른 것은 TD-SCDMA(시분할연동 부호분할다중접속)망 테스트베드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TD-SCDMA는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전까지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 기술 상용화를 도와줄 SK텔레콤을 먼저 찾음으로써 중국에 '통신혁명'을 가져오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개통식에는 원 총리를 비롯해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과 최태원 SK㈜ 회장 등 한국과 중국 관계자 30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원 총리는 인사말에서 "베이징과 상하이 간 거리보다 베이징과 서울 간 거리가 더 가까운 것 같다"며 "중국과 한국이 그만큼 가깝고 우호적인 나라라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SK그룹은 (중국 사업과 관련) 크게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장기적 안목으로 30년 후를 바라보고,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중국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원 총리는 베이징에 있는 왕쉬둥 신식산업부장(정보통신부장관)과 TD-SCDMA망을 통해 영상통화를 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보기술(IT)의 발전 속도는 비행기보다 더 빠른 것 같다"며 "TD-SCDMA는 양국 간의 협조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어 "중국 IT산업과 SK그룹이 협력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SK의 중국 내 자회사가 57개라고 하는데 시간을 내서 꼭 방문해 보겠다"고 관심을 나타냈다.

왕쉬둥 장관에게는 "SK가 정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왕 장관은 SK와 친구가 되도록 하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은 원 총리의 방문으로 '백만대군'을 얻은 듯한 분위기다.

중국은 SK텔레콤이 해외 사업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곳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중국 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TD-SCDMA 개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최 회장은 "오늘은 세계 최초로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국제 간 영상통화가 이뤄진 역사적인 날"이라며 "TD-SCDMA가 조속히 상용화되도록 SK가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1박2일의 짧은 방한 기간에 한국 재계 총수들을 잇따라 만난다.

원 총리는 11일 대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환영오찬을 갖는다. 이 자리엔 손경식 상의 회장,조석래 전경련 회장,이희범 무역협회장,이수영 경총 회장 등 경제4단체장을 포함,350여명이 참석한다.

재계 총수들은 중국 외자기업 정책의 진의를 파악하고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애로와 희망사항 등을 전할 예정이다.

양준영/유창재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