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고 일을 하는 지도자는 어리석다거나 미쳤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중동을 순방 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를 만나 자신의 청계천 복원 사업과 셰이크 모하메드의 '두바이의 기적'을 화제로 놓고 대화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두바이 왕궁에서 30분가량 진행된 이날 면담에서 셰이크 모하메드는 대뜸 "서울의 고가도로를 없애고 강을 복원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고 꼭 만나고 싶었다.

스케줄이 꽉 차 있었지만 시간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고 깊은 관심을 표한 뒤 "그 사업을 할 때 반대가 많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시장이 "하루 평균 자동차 20만대가 다니는 길이 끊어지는 일인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왜 없었겠느냐.심지어 stupid하다(어리석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말하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나도 crazy(미쳤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이 전 시장은 "미래를 보고 일을 하는 지도자는 그런 얘기를 많이 들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공감을 표했고,셰이크 모하메드는 "지도자의 상상력과 추진력이 중요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이 전 시장의 방한 권유에 "5월 중에 가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면담 후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거대 산유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석유 생산이 없는 두바이가 중심에 서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최고의 제도를 만들고 추진력 있는 리더십이 있으면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셰이크 모하메드가 '두바이를 하드웨어적으로 발전시키면서도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11일 현대중공업 화력발전소와 현대모비스 중아 물류센터 시찰을 끝으로 1박2일간의 두바이 방문을 마치고 인도 방문길에 올랐다.

두바이=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