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반외자기업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맥도날드 등 미국의 3대 패스트푸드업체가 노동법 위반 혐의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중국 최대 생수제조업체인 '와하하(娃哈哈)'노조(공회)가 프랑스 다농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아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중국총공회(일종의 노동연합단체)는 외국기업에 대한 공회설치를 강조하는 등 외자기업에 대한 반감을 여과없이 표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와 관련,중국경제가 외자의존형에서 탈피하고 있어 해외기업에 대한 특혜가 없어지고 있다며 법규의 철저한 준수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와하하공회는 11일 프랑스 다농이 와하하와 함께 1997년 세운 합작회사 지분을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를 금지시켜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두 회사는 51대 49의 지분으로 회사를 세운 뒤 와하하 브랜드로 생수 죽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다농은 최근 와하하 보유 지분 중 51%를 40억위안에 넘기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와하하는 이에 대해 "다농이 와하하를 이용해 식음료시장을 석권하려는 전략"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 회사 공회는 성명서에서 "다농은 15억위안을 투자해 38억위안의 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무시해왔다"며 정부가 적대적 M&A 기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농은 와하하가 합작사를 통하지 않고는 와하하 브랜드를 이용한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합의규정을 어겼다며 지분양도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 KFC 피자헛 등 미국의 3대 패스트푸드업체는 노동법 위반 혐의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중국 네티즌들이 이들 업체에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며 공세를 펴고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맥도날드는 중국당국과 총공회의 합동조사가 시작되자 공회 허용을 선언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포털 시나닷컴이 이들 업체의 노동법 위반에 대해 네티즌의 의견을 물은 결과 5만1700명 중 75%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응답,외자기업에 대한 정서가 심상치 않다는 게 드러났다.

미국 커피전문업체인 스타벅스는 지난해 베이징 자금성 내에 매장을 냈다가 '국가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라는 중국 네티즌의 공격에 밀려 매장철수를 결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와 관련,"기업소득세법 노동계약법 등 올해 시행될 법안으로 중국 내 외국기업은 그동안 누리던 특혜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중국이 외자의존형 경제구조를 탈피하는 과정에서 반외자기업정서가 돌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