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전략적인 사회공헌에 힘을 쏟겠습니다."

삼성문화재단에서 사회봉사단으로 자리를 옮긴 지는 3개월 남짓이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10년 후 삼성의 사회봉사 계획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용외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11일 삼성사회봉사센터 개소 1주년을 맞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먼저 인정받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운을 뗐다.

사회봉사를 하는 것은 기업입장에서 호오(好惡)의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닌 필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 사장이 첫 번째 과제로 꺼내든 것은 문화예술과 자원봉사를 결합한 '전략적 사회공헌'.한국메세나협회 창립멤버 출신의'감각'을 살린 셈이다.

그는 "문화예술에 기부하는 것을 '배부른 소리'라고 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소외된 어린아이들에게 문화예술을 가르치거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큰 기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탄생하는 것은 어릴 때 문화예술과의 접촉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예술에서 나온 창조성이 자유로운 사고를 기르고,이것이 결국 기업으로 이어지면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무용이나 연극과 같은 공연에 "불우이웃을 위해 공연해달라"는 등의 조건을 붙인 기부를 하는 것.한 사장은 "이를 위해 한국메세나협회가 하고 있는 공동 모금운동이 확대될 수 있도록 삼성이 앞장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관심사는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 문제.한 사장은 "농촌총각 3명 중 한 사람이 외국인 신부를 맞이한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10년 후 2세들이 자라나면 우리 농촌에 어떤 문제점이 생길지를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5~10년 후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부분에 대해 기업이 나서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언어나 문화·경제적인 측면에서 코시안 문제로 사회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예산을 들여 연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연간 4500억원에 달하는 봉사단 예산을'늘리기보다'는 '올바르게 쓰고 싶다'는 한 사장은 삼성의 사회봉사에 대한 외부평가에도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삼성사회봉사단은 지난 1년간 105개 자원봉사센터를 설치하고 △임직원 참여율 97%,봉사시간 236만시간 달성 △자발적 자원봉사를 통한 조직문화 개선 △사업장을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삼성웰컴데이' 운동 △법률·의료·재난재해봉사단 등의 활동을 벌였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