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선택 기회 늘면서 사회진출 활발

보수적 역할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산업 성장과 인터넷 보급에 따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기존의 '금기 영역'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여성을 사회로부터 격리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적 시각이 조금씩 깨어지고 있다며 가장 커다란 변화는 여성들에게 직업 선택의 기회가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11일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직업을 갖고 있는 3400만여 명 중 여성의 비중은 아직 7%에 불과하지만 수치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이미 사우디대학 졸업생의 약 58%는 여성이다.

교육과 의학 분야에 한정돼 있던 여성의 직업 영역도 사무직과 정보기술,인테리어디자인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남성과 분리돼 일할 수 있는 '여성만의 공간'이 일터마다 늘고 있다.

리야드의 3층짜리 쇼핑센터에 여성 전용 매장이 생기고 여성 판매원들이 일하게 된 것도 사우디에선 큰 변화다.

저널은 이 같은 변화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 인력을 점점 더 필요로 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인구가 지난 25년간 세 배나 늘어나면서 여성들도 돈을 벌지 않으면 가계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편과 부모 등 가족도 여성의 구직 활동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해 압둘라 국왕이 모든 영역에 여성의 진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도 전통적인 여성관이 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 여성의 활동 폭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독신 남녀들이 자유롭게 주소를 교환하거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남녀 간 접촉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변화가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로스쿨 입학도 지난해에야 허가돼 현재는 모든 판사가 남성이다.

여성관의 변화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매우 큰 숙제를 던져주고 있으며 테러보다 오히려 더 큰 숙제가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덧붙였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