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 것은 SK글로벌 악몽과 소버린 사태를 몰고온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의 효율화를 꾀하라는 주주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SK는 그동안 이사회 중심경영, 사외이사 7할 이상 배정 등 주요 대그룹 사이에서는 파격적이라 할 정도의 경영변신을 시도하면서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해왔으나 여러가지 걸림돌과 요건 충족 미비 등으로 궁극적인 목표인 지배구조를 바꾸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런 SK가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완전히 전환키로 한 것은 '제3의 창업'에 가깝다는 다소 과장된 내부 평가가 나올 정도로 빅 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지주회사 전환 배경

SK그룹은 주주들의 요구, 경영효율성 강화, 지배구조의 대변신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그동안 SK는 계열사간 얽히고 설킨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회사가치와 주식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주들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주주들은 그러면서 지주회사가 회사가치와 주식의 가치를 함께 끌어올릴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결단'을 촉구해왔다.

시장에서 수시로 SK의 지주회사 전환 관측이 제기돼왔던 이유다.

이에 따라 SK는 지난해 하반기 검토에 이어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는 계열사간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를 수직 출자구조로 단순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그 아래의 자회사 독립경영체제가 보장되고 이를 통해 자회사들의 경영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교과서'적 배경도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SK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배구조를 만들자"는 최태원 회장의 결단도 이번 지주회사 전환의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이런 결단에 따라 공정거래법 완화에 따른 지주회사 요건 완화라는 '호기'를 틈타 삼성이나 현대.기아차 등다른 주요 그룹들을 제치고 지주회사 체제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신헌철 SK㈜ 사장이 "단순하고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해 정부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며 계열사 동반부실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SK 관계자는 "주요 주주들로부터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있었음은 물론 정부, 시민단체 등 대외적으로도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에 의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필요성이 제기돼왔다"며 SK의 이번 선택을 부각시켰다.

◇ 지배구조 문제와 남은 과제

SK그룹도 다른 그룹들처럼 나름대로 복잡한 계열사간 지분 구조와 순환출자 그림을 갖고 있다.

SK㈜는 SKT, SK네트웍스, SKC에 각각 22%, 41%, 44%의 지분을 갖고 있고 SK E&S와 SK해운, K-POWER 등에도 각각 51%, 72%, 65%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는 역으로 보면 이미 SK㈜가 지주회사로 변신을 시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SK그룹은 앞으로 수직 출자구조로 이들 회사를 묶어내려면 추가 지분 매집이 필요하다. 예컨대 SK㈜가 가진 대한송유관공사 지분은 32%에 그치고 있는만큼 이를 지주회사 체제 요건인 40% 이상으로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지배구조의 복잡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SK그룹은 SK㈜ → SKT → SK C&C → SK㈜와, SK㈜ → SK네트웍스 → SK C&C → SK㈜ 라는 두 묶음의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전자의 구조에서 SK㈜의 SKT 지분은 22%, SKT의 SK C&C 지분은 30%, SK C&C의 SK㈜ 지분은 11.16%이다. 또 후자에서 SK㈜의 SK네트웍스 지분은 41%, SK네트웍스의 SK C&C 지분은 15%, SK C&C의 SK㈜ 지분은 역시 11.16%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동반부실과 선단경영 차단을 위해 고리를 끊으라는 대상이 바로 이런 순환출자 구조다.

이번 지주회사 전환으로 향후 2년 안에 이들 고리를 정리해야 하는 SK그룹은 앞으로 SKT의 SK C&C 지분과 SK네트웍스의 SK C&C 지분을 각각 모두 처분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지주회사 체제는 완성되고 출자총액금지도 받지않게 된다.

하지만 회사 재산과 주식 분할을 일정 비율로 동시에 하는 인적 분할을 하기로 함에 따라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 오너 일가와 SK C&C 등 새로운 지주회사의 주주 구성과 지분에는 큰 변화가 없게 된다.

SK 관계자는 "7월로 분할되는 회사는 지주회사가 존속 법인이 되고, 사업 자회사가 신설 법인이 된다"면서 "이 같은 이사회 결정은 5월29일 임시 주총 특별결의를 거치게 돼있다"고 말했다.

한편 SK㈜의 의약 개발ㆍ판매 등 생명과학 사업부문 관련 자회사 지분은 지주회사에 남게 되며, 지주회사는 SK㈜가 출자한 자회사를 관리해온 기존 투자회사관리실을 주축으로 조직이 갖춰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가칭 SK홀딩스인 지주회사는 자산 6조1천168억원, 부채 2조9천651억원, 자본 3조1천517억원이며, SK에너지화학으로 이름붙여진 사업 자회사는 각각 14조3천383억원, 부채 8조6천55억원, 자본 5조7천328억원의 규모를 갖추게 된다고 SK그룹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