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과거의 문제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워커힐호텔 지분을 무상 출연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면 그렇게 하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시가 1200억원에 달하는 워커힐호텔 보유 주식 40.67%를 SK네트웍스에 무상 출연키로 결정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4년 전에 한 '총수 사재출연' 약속을 지킴으로써 SK네트웍스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성사시키는 동시에 지주회사로 나아가는 SK그룹의 '투명경영'에 힘을 더하기 위한 것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두는 등 워크아웃 조기졸업 요건을 갖춘 상태지만,최 회장의 워커힐호텔 지분 처리 문제를 둘러싼 채권단 일부의 반발 때문에 졸업 지연 가능성이 제기됐던 터였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2003년 3월 "대주주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채권단에 SK㈜와 SKC 등 모든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고,그해 10월 워커힐호텔과 이노에이스,컨텐츠컴퍼니 등 2개 벤처기업의 지분은 사재 출연키로 약속했었다.

이후 이노에이스와 컨텐츠컴퍼니의 지분은 매각을 통해 SK네트웍스에 넘겼지만,워커힐호텔은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원매자가 나오지 않은 탓에 여전히 최 회장 소유로 남아 있었다.

이 과정에서 SK네트웍스가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자 채권단 내부에선 "최 회장의 워커힐호텔 지분을 매각해 SK네트웍스의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없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과 "약속은 약속인 만큼 최 회장의 사재출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사재출연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자 최 회장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