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가가 재평가를 받으며 상승하는 업종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계업종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기계업종의 지난 3월 한달 간 상승률은 15.94%를 기록, 전 업종 가운데 최고치를 보였다.

그 외에 많이 오른 철강금속업종 11.07%, 운수창고 10.06%, 종이목재 8.90% 등과 비교해봐도 현저한 상승세다.

기계업종 대장주들인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은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를 넘어선 상태다.

주가 상승에 따라 기계업종 시가총액도 불어났다. 3월2일 13조 4834억원이던 기계업종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1.94%에 불과했었으나, 지난 4월9일에는 17조9032억원으로 늘어나며 시가총액 비중도 2.42%로 커졌다.
올 들어 기계업종 왜 잘 나가나?
4월 들어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조정을 받고 있긴 하지만, 기계업종의 중장기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는 분위기다.

기계업종의 강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계업종은 현재 성장기에 있어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계업종은 지난 2003년부터 성장기에 진입해, 오는 2010년까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크게 보면 기계분야 고가 제품은 일본과 유럽, 저가제품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중가 제품군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가 존재하는데, 바로 플랜트, 조선, 발전설비, 담수설비 등 기계장치산업 분야다.

전문가들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업체들이 점차 기획 및 설계만 하는 엔지니어링업체로 발전하며 현장과 멀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그 틈새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시각이다.

선진국들이 기계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것을 꺼리면서 플랜트, 조선, 발전설비, 담수설비 등의 분야에 투자를 소홀히 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 분야에 투자를 진행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게 됐다는 것.

본래 국내에서 기계업종은 내수 중심의 소규모 산업이었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많은 기업들이 도산했고, 이때 살아남은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수출 시장을 두드렸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하고 내실을 강화하며 생산 능력과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공작기계나 의료기기 등의 경우, 아직 일본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성 애널리스트는 “국내 1위의 기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연매출은 8000억원 정도인데,일본에는 이 정도 매출을 내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우리 기계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이런 기업들이 더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기계 부품 등 기초산업이 약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모터, 컨트롤러, 밸브 등 주요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까지 우리 기술로 모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 애널리스트는 “중국업체들이 우리 기업들을 추격 중이지만 기술력 격차가 큰 편이고, 주력제품군도 차이가 나서 당분간 큰 걱정은 없지만, 문제는 일본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인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가 오르면 일본업체들과 가격 면에서 경쟁해볼 여지가 있으나, 요즘 엔화가 떨어져서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우리 기업들이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기술력과 기업규모는 물론, 엔화 가치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성 애널리스트는 “최근 두산중공업이나 두산인프라코어 등 기계업종이 많이 올라 단기적으로는 고평가 상태지만, 업황이 좋아서 실적도 계속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성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계업체 가운데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드릴 같은 절삭공구 제조업체인 와이지원 정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담수화설비 부문의 세계 1위업체로 발전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용 중장비와 공작기계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드높이고 있다.

또한 와이지원은 지난해 미국의 리걸 벨로이트의 절삭공구 부문을 인수해 현지의 유통 및 판매망을 확충했고, 스페셜 탭 부문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와이지원은 중국, 유럽, 인도 등에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