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2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장에서 행한 국회연설을 통해 "중국의 방위력은 국가 안전과 통일 유지를 위해서만 사용될 것"이라며 중국의 국방비 증액이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1989년부터 계속 방위비를 두 자릿수로 늘려온 데다 올 1월엔 위성파괴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면서 일본 내 '중국 위협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총리는 연설에서 1937년 중·일전쟁과 관련,"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인해 중국 인민은 중대한 재난을 당했다"며 "침략전쟁의 책임은 소수의 군국주의자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침략에 대해 일본 측이 표명해온 '깊은 반성과 사죄'를 실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 총리는 그러나 자신의 이번 방일은 "(양국 간) 얼음을 녹이는 여행"이라며 "우정과 협력이 일본 방문의 목적"이라고 강조하는 등 양국 관계 개선 의지도 재차 확인했다.

중국 지도부 인사가 일본 국회에서 연설한 것은 1985년 펑전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이후 처음이다.

원 총리는 이날 아침 도쿄시내 요요기 공원에서 왕이 주일 중국대사 등과 조깅을 하며 도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일본에서도 '평민총리'의 모습을 보여줬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