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지주(持株)회사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고 한다.

과거 투기펀드인 '소버린'에 의해 경영권이 위협당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2년 안에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해소함으로써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고 경영효율을 크게 높이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SK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시장도 크게 환영했다.

그동안 계열사 간 복잡한 출자구조로 인해 회사가치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지주회사 전환 후 에너지와 정보통신 화학 등을 중심으로 지분구조가 단순화되면 이런 디스카운트 요인이 사라지면서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와 함께 주주가치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회사 지분 정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 그룹이 얻는 이득도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지주회사 체제는 다양한 장점을 갖는 기업 지배구조임에 틀림없다.

주주중심의 투명경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급변하는 여건 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기업구조 재편 및 신규 사업 진출 등 구조조정이 쉽고,특히 최근 들어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도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가 완화되기는 했지만 공정거래법이 규정하고 있는 제약이 아직도 많고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기 위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율 40%(상장사는 20%),부채비율 200% 이하,채무보증 완전 해소,금융·비금융 자회사 교차 소유 금지 등의 조건을 달고 있는데 이를 충족(充足)하기 어려운 대기업이 허다한 현실이다.

따라서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주회사 설립이 보다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까다로운 조건에 대한 전향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당장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대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요건 완화(緩和)는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