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합쳐 동일한 상호를 내걸고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멤버십 저축은행'이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110개에 이르는 저축은행이 중장기적으로 10여개의 멤버십 저축은행으로 통합될 것으로 보이는 등 저축은행 업계에 '빅뱅'이 일어날 전망이다.

12일 금융감독당국 및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지분 구조와 독립 경영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일한 브랜드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는 형태의 멤버십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수도권의 일부 저축은행들이 이 같은 방안에 합의,이르면 6월 중 첫 멤버십 저축은행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 같은 업계의 자발적 움직임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업계의 멤버십 제도는 빠른 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는 것은 대형 저축은행에 대응하는 한편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확보,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멤버십 저축은행에 가입한 저축은행들은 공동 상호 사용,공동 상품 개발·판매뿐만 아니라 여신심사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대부분의 업무를 함께 취급한다.

가령 신디케이트론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경우 멤버 저축은행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특히 멤버 가운데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이 생길 경우 다른 멤버 저축은행들이 자금을 지원,경영 정상화를 시키는 '자체 안전망(self-safe net)'도 구축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멤버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자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멤버십 제도는 종전의 일반 금융회사 간의 업무 제휴보다 훨씬 강한 연합체 성격이 짙다"며 "단위농협과 같은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유 구조와 독립 경영 체제만 그대로 유지할 뿐이지 고객 입장에서는 대형 저축은행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업계의 빅뱅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멤버십 저축은행 제도가 장기적으로 합병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을 제외한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멤버십 제도에 편입돼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멤버십에 끼지 못한 중소형 저축은행은 자연히 도태되는 구조조정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멤버십을 통해 대형화·통합화함으로써 서민금융시장이 보다 투명해지고 성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