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가 끝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뜻밖에도 이승철 경제조사본부장(상무)이었다. 만 48세의 나이에 일약 전경련 전무로 승진한 것. 그는 전경련 사무국이 10년 만에 배출한 내부 승진자였다.

이 전무의 승진 소식이 알려지자 50대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전경련 간부들도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 전무는 재계의 대표적인 '싸움 닭'이다. 비록 체구는 작지만 당차고 똑떨어지는 말솜씨에 탄탄한 논리력까지 갖추고 있다. 출자총액규제,순환출자규제,회사기회의 유용금지 등 재계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부의 규제행정을 최일선에서 방어해온 '재계의 입'이었다.

그는 "승진을 축하한다"는 기자의 인사에 "아이 참,다음 달에는 자전거 좀 타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평소 산악 자전거로 체력을 단련한다. 서울 잠실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280km 거리를 12시간이면 주파한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경기도 파주 통일전망대까지 휴전선을 따라 총 380km의 산악을 오르내릴 때는 잠도 자지 않는다. 이렇게 기른 체력으로 수많은 회의와 세미나를 다니고 업무를 처리한다. 행정부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들과 오랫동안 입씨름을 한 뒤에는 여의도 국회로 달려가야 한다. 정부의 손을 떠난 법안이 입법부에서 엉뚱하게 변질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젊은 시절,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산업조직론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으며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학문적 신념을 갖게 됐다"며 "단순히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서 벗어나 자유시장경제의 우월성을 알리고 민간 주도의 경제구조가 확립되는 데 신명을 바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