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소재,소프트웨어를 다양하게 변형시켜 소비자들의 개별화된 욕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자동차 디자인에 경험과 문화를 담아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

"짧아진 자동차 수명에 맞춰 디자인도 빠른 속도로 변해야 한다."

자동차 디자인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들이 한국 자동차업체에 던진 '훈수'다.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디자인진흥원 주최로 열린 '자동차 디자인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업체들에 다양한 주문을 쏟아냈다.

특히 앞으로 자동차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개별화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도 개별화(Customizing)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라리와 피아트 등을 디자인한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 전문회사 피닌파리나의 로이 버미시 수석디자이너는 "자동차에 활용되는 색상과 소재가 다양해져 이제는 양산형 차를 만들면서도 개성적인 차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며 "감성 품질을 높이기 위해 피닌파리나의 디자이너들은 지금도 컴퓨터가 아닌 연필로 스케치 작업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디자인은 가요와 시처럼 음미할 수 있어야 하고 운전자와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한다"며 "현대·기아차와 같은 양산차 브랜드도 색상과 소재,소프트웨어를 다양하게 개발함으로써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맞춤형 차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디자인이 아직 소비자들의 감성까지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며 "디자이너는 상상력과 예술적 재능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는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동차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장난감"이라며 "자동차에 어떤 경험과 문화를 표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자동차 디자인은 의미가 없다"며 "다만 트렌드만 따라가다 보면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만큼 개별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에 따라 유행을 쫓아가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데일 해로 영국왕립예술학교 자동차디자인학과장도 시대 및 사회 변화상과 맞물린 특화된 디자인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도시화와 고령화 추세에 따라 도시민을 위한 디자인,노인을 위한 디자인 등 각각의 상황과 개개인에게 맞는 자동차 디자인을 창조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핑키 라이 포르쉐 수석디자이너는 디자인에서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동차의 수명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디지털기술이 발달해 차량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포르쉐의 디자이너들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2차원이 아닌 3차원 그래픽으로 작업을 진행해 디자인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