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한·미 FTA 특수(?)'

국내 자동차 부품 및 중장비 제조업체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미국의 대형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한국산 부품 구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미국에 있는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옮긴 뒤 생산품을 미국에 '역수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KOTRA에 따르면 세계 최대 농기계 업체인 미국의 존 디어는 오는 6월 중순 세계 각지의 구매책임자대회를 부산에서 연 뒤 본격적인 '한국 부품 사냥'에 나서기로 했다.

또 세계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인 미국 캐터필러도 한·미 FTA 타결 직후 부품소싱 국가에 한국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최대 트럭 및 버스 엔진제조업체인 인터내셔널 트럭&엔진과 대형차에 들어가는 볼트·너트 등을 생산하는 매클린 포그의 경우 한국 부품업체를 새로운 구매선에 투입하는 동시에 한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광영 KOTRA 주력산업팀장은 "한·미 FTA가 타결된 뒤 한국 부품업체 현황과 기술력 등을 문의하는 미국 업체가 엄청나게 늘었다"며 "일부 대형 제조업체의 경우 미국 생산라인을 아예 한국으로 옮긴 뒤 미국에 역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완성차업체 및 중장비 제조업체들이 한국 부품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한·미 FTA로 인해 향후 제품가격의 2.5~5%에 해당하는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부품업체들의 기술력과 품질이 미국산 못지 않게 향상된 데다 인건비 등 제조원가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한·미 FTA 덕분에 KOTRA가 오는 6월19일부터 21일까지 경남 창원에서 개최하는 '국제수송기계부품산업전(Global TransporTech)'에도 미국의 유력 기업들이 속속 참가 신청을 내고 있다.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완성차업체 '빅3'는 물론 세계 5위 자동차부품업체인 존슨 컨트롤과 7위 업체인 리어 등 초대형 부품업체들도 구매책임자를 창원에 보내기로 했다.

존 디어는 한국 부품업체들에 대대적으로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행사 기간 중 하루를 '존 디어데이'로 선정해 달라고 주최 측에 요청할 정도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안방에서 300개에 달하는 해외 유력기업의 구매책임자를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KOTRA의 설명이다.

김태호 KOTRA 자동차부품 벨트 매니저는 "사실 이 전시회의 전신인 '한국자동차부품산업전'은 2005년 9월 첫 전시회에서 해외 유력 바이어를 끌어모으는 데 실패해 지난해에는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며 "이번에도 바이어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중 한·미 FTA가 때마침 타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