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에 밭 6000평을 가지고 있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박모씨(51)는 최근 3000만원에 땅을 팔아야 했다.

매년 200만원 정도의 '세금'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농림부에 문의한 결과 세금이 아니라 비자경 농지를 매각하지 않은 데 따른 이행강제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부과받은 이행강제금은 1000만원이나 됐다.

올해부터 박씨와 같은 사례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농림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사를 직접 짓지 않고 임대하거나 땅을 놀리는 부재지주들의 비자경 농지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농지법에서는 1996년 1월1일 이전 취득한 농지나 3030평(1만㎡) 미만의 상속받은 토지 등에 대해서는 개인 간 임대차를 허용하지만 그 외에는 사적 임대를 금지하고 있다.

비자경 농지 단속은 매년 이뤄지며 농지 취득 거리 제한이나 지역 제한이 사라져 도시민이 농지를 자유롭게 사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따라 단속이 크게 강화됐다.

그러나 현재 토지 시장에서는 매수자가 없는 상태여서 앞으로 부재지주들은 비자경 농지 처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비자경 농지 적발 건수 크게 늘어

경남 고성군은 11일 농지 소유자 중 직접 농사를 짓는 않는 부재지주 등 260명에게 해당 농지를 의무적으로 처분하도록 통지했다.

작년 통지 대상이 3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700% 이상 급증한 것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예년에는 단속 실적이 거의 없었지만 이번에는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임대·휴경 등의 위반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고 말했다.

충남 예산의 경우 작년에 40~50명이 영농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돼 1000만원의 벌금을 내고 현재 청문회에서 소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포항에서도 검찰이 대규모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농지은행에 매매 또는 임대 위탁해야

문제는 비자경 농지로 처분 의무를 부여받았을 경우 현재 상황에서 땅을 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지방에서는 땅을 내놔도 사려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많은 땅이 토지 시장에 나오면 제값을 받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땅을 팔지 못하면 매년 공지시가의 2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받는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농촌공사에서는 농지를 대신 팔아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실제 경작하는 농지를 전업농 등에 대신 팔아주는 것이다.

매각을 위탁하면 처분명령이 유예되기 때문에 땅이 팔리지 않아도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지 않는다.

단 매매가의 0.6~0.9%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처분 의무를 부과받은 땅을 당장 팔지 않으려면 실제 농사를 짓는 방법도 있다.

처분 의무 기간인 1년 동안 90일 이상 직접 농사를 지으면 의무가 유예된다.

이후에는 계속 농사를 짓거나 농지은행에 맡기면 된다.

농지은행은 처분 통지를 받고 4년간 자경을 한 경우나 비자경 농지로 단속되기 전의 농지를 맡아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임대해준다.

자경이 어려운 부재지주가 농지은행에 임대를 하면 법적인 문제 없이 임대할 수 있다.

연 8~12%의 위탁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임대료도 받을 수 있다.

농지은행 관계자는 "농지 소유 규제는 완화하고 있지만 취득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는 농지의 이용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고 있다"며 "자경을 할 수 없다면 처분 의무를 통지받기 전까지 농지은행에 맡기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