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작기계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관. 중국에서 공작기계 매출이 급증해 신바람을 내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시관은 의외로 초라했다. 중국기업들의 전시관보다 규모는 절반밖에 안 되고 출품된 제품의 숫자도 훨씬 적었다. 올해 내놓은 것은 8개 제품으로 작년의 17개보다 절반도 안 된다. 이유는 주최 측이 한국과 일본기업에 전시관의 허용면적을 절반으로 줄여버린 데 있다. 전시관에서 만난 두산인프라코어 김웅범 부사장은 "중국기업들이 워낙 많이 출품하니까 아예 한국이나 일본업체들에는 전시관 면적을 제한한다"고 전했다.

전람회를 참관하러 중국에 온 한 업계관계자는 "디자인을 빼고 성능면에서는 중국산이 거의 다 따라왔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한국기업들이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야겠다"고 관람소감을 밝혔다. 중국기업들의 전시관에 노랑머리 외국인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는 것에서도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인들이 느끼는 중국기술의 발전속도는 무서울 정도라고 한다. "중국기업들이 개발하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한 게 금세 상품화돼서 나오는 걸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김 부사장은 털어놓았다. 중국기업의 급속한 기술발전엔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기술습득과 개발에 관한한 거의 무한정 지원을 해주고 있다. 세제혜택은 물론이고 각종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해외의 유능한 인재가 중국에 돌아오면 부인과 자식까지도 특별대우를 해준다.

한국과 미국이 FTA를 맺으면서 미국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급속한 추격을 어느 정도 따돌릴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평가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기술개발속도를 감안하면 너무 안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걷고 있는 한국이 뛰어오는 중국을 계속 앞지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다. 한국도 국가차원에서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정책이 시급하고,기업가정신을 북돋워줄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