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美 에탄올 정책 또 비난.."브라질은 예외"

미국과 브라질 간에 추진되고 있는 에탄올 협력을 강력하게 비난해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브라질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브라질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달 "에탄올 대량생산계획은 기술적.윤리적으로 큰 한계를 갖고 있다"면서 "중남미.카리브 지역에 3억명의 기아인구가 존재하는 점을 생각할 때 식량으로 사용되는 사탕수수와 옥수수를 이용해 연료를 생산할 경우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10일 밤 행한 TV 연설에서는 미국 정부의 에탄올 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에탄올 문제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나 브라질 정부와 논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안이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브라질간 에탄올 협력을 와해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이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관계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언론은 차베스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오는 16~17일 베네수엘라에서 열리는 중남미 국가공동체 12개국 에너지 정상회담의 파행 운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남미 국가공동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5개국과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안데스공동체 4개국, 그리고 칠레, 가이아나, 수리남 등 12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브라질 에탄올 카르텔을 형성함으로써 자신을 고립시키고, 나아가 중남미 지역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브라질의 에탄올 정책을 차별적으로 해석하면서 룰라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고 최대한 '중남미 입장'에 서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브라질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에탄올 사용을 전 세계로 확대하자는 명분을 내걸고 자국내 석유 소비량 감축을 추구하는 미국의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사탕수수에서 생산되는 친환경적인 브라질산 에탄올을 자동차 연료의 첨가제로 사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수용 가능하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도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반목에 끼어 에탄올 문제가 이념적 갈등의 소재로 이용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으며, 중남미 국가공동체 정상회담에서도 에탄올 정책의 순수성을 강조하면서 중남미 국가들이 에탄올 대량생산에 참여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에탄올 대량생산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 외에도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달 29일과 지난 4일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 기고문을 통해 "에탄올 대량생산정책으로 곡물가격이 폭등하고 빈곤국에서 기아가 급증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지구촌에서 30억명이 조기에 사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에는 2명의 경제학자들이 미국 외교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대규모 생산이 식품 가격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