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교수의 이슈경제학] 손에 잡히는 현금만 돈?…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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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면 우리는 선뜻 현금을 떠올린다.
그걸 누가 모르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금은 돈(=화폐)의 극히 일부분이다(약 21조원).그러면 무엇이 더 있는가.
예를 들어 즉시 찾아 쓸 수 있는 요구불 예금도 화폐이고 정기예금도 조기 인출하면 얼마든지 돈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돈의 범위가 생각보다 복잡한 것이다.
일단 다음 세 가지 역할을 하면 화폐가 된다.
교환의 매개 수단,회계의 단위,그리고 가치의 저장 수단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화폐제도는 금본위제도 은본위제도 금은복본위제도 등 다양한 실험을 거쳐 결국 정부가 책임을 지고 화폐를 발행하는 현재의 관리통화시스템으로 귀착됐다.
그리고 현재 시스템 하에서도 인식하는 범위를 좁게 보느냐 넓게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통화 지표가 제시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은 네 가지 정도의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바로 M1 M2 Lf L이다(소총 이름은 아니다).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협의통화 M1은 현금에다 결제성 예금(요구불 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을 더한 액수로 규모가 약 350조원이다.
광의통화로 불리는 M2는 M1에다 정기예금 정기적금 정기부금과 만기 2년 이내 실적배당형상품 등을 더한 지표로 규모는 1150조원 정도다.
과거 M3로 불리던 Lf는 금융기관 유동성으로 M2에 2년 이상 정기 예·적금,증권금융 예수금 및 생보사 보험계약 준비금을 더한 지표며 규모는 약 1550조원이다. 광의유동성 L은 Lf에 국채 지방채 회사채 ABS 등 주로 채권을 더한 지표로 그 규모는 1860조원가량이다.
우리나라에 돈이 얼마나 있냐고 할 때 2007년 2월 말 현재 가장 좁게는 350조원에서 가장 넓게는 1850조원 정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의 시가총액이 약 800조원,그리고 573만가구 정도인 아파트 전체의 시가총액이 작년 말 기준 1400조원인 것을 보면 광의유동성이 상당히 큰 규모임을 알 수가 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지표들을 관리하며 통화량을 필요에 따라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는데 이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공개시장조작(open market operation)이다.
이 방법은 한국은행이 주로 통화안정증권이라는 채권을 이용하여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법이다(우리나라의 금통위에 해당하는 미국 조직의 이름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인데 여기서 공개시장이라는 단어는 바로 채권 매매를 통해 통화량을 조절하는 공개시장조작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어떤 이유로든 한은으로 원화가 들어가면 화폐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고 한은에서 원화가 유출되면 화폐가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한은이 시중은행에 채권을 파는 경우 은행들은 채권을 사면서 원화를 지불하므로 이 돈이 한은으로 들어가면서 통화량이 줄어든다.
반대로 한은이 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사들이는 경우 지불 과정에서 돈이 한은 밖으로 나오므로 통화량은 늘어난다.
이러한 원리는 한은이 달러 가치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시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달러 가치가 너무 떨어져서 달러 가격(=환율)을 지지할 필요가 있을 때 한은은 달러를 사들여 환율을 올린다.
그런데 이렇게 달러를 사들이면 원화를 지불하게 되므로 원화가 한은 밖으로 나오게 되어 통화량은 늘어나게 된다.
달러 가치를 유지하려다 보니 통화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반대로 달러 가치가 너무 올라서 환율을 좀 낮출 필요가 있을 때 한은은 달러를 파는데 이때 달러의 대가로 원화가 한은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통화량은 줄어든다.
달러 가치를 낮추려니 통화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때 한은은 본의 아닌 화폐 변화를 상쇄시키기 위해 채권을 이용한다.
즉 환율을 지지하느라 돈이 풀렸을 경우 채권을 팔아서 화폐를 회수하고 환율을 낮추려다 통화량이 줄어들었으면 채권을 사들여서 그만큼 돈을 풀어준다.
이렇게 외환시장 개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화량 변동을 상쇄시키는 경우 이를 중화개입(sterilized intervention)이라 한다.
최근 한은은 지불준비율을 인상했는데 이 또한 통화량 조절 효과가 있다.
원리는 이렇다.
한은이 최초로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면 은행은 이를 토대로 대출을 하게 되고 이 돈은 결국 다른 은행에 예금으로 유입된다.
이렇게 유입된 예금에 대해 은행은 지불준비금을 빼고 대출해 주어야 하므로 지준율이 인상되면 대출 가능 액수가 줄어들게 된다.
한 은행의 대출 감소는 다른 은행의 예금액 감소를 의미하므로 지불준비율의 상승은 곧 통화량 감소로 이어진다(화폐에는 예금도 포함됨을 상기하자).
그러면 최초에 한은이 공급한 자금의 몇 배까지 통화가 늘어나는가.
간단한 계산을 통해 '100/이자율'에 해당하는 숫자가 최대 가능한 배수임을 보일 수가 있다.
따라서 지준율이 5%에서 7%가 되었으므로 단순계산으로 승수는 20에서 14 정도로 줄어든 셈이고 이 자체는 통화량 감소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한은은 시중은행들이 받은 어음을 할인하는 할인율을 조정함으로써 통화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화폐를 어디까지로 인식할 것인가는 여전히 복잡한 숙제다.
이 복잡한 문제가 존재하는 가운데 화폐는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면서 우리 경제는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