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인 I♥KOREA] 英 왕립 아시아학회 … 외국인이 외국인에게 한국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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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태미 오버비 대표. 한국에서 장사하는 미국 기업인들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일을 맡고 있지만 미국에 출장 가면 한국 경제 홍보에 열을 올린다.
달라진 한국의 기업 환경을 한국 정부 대표들보다 설득력 있게 홍보,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10년 넘게 암참에서 일하면서 어느덧 한국이 제2의 고향이 됐다.
오버비 대표 외에도 한국에 사는 외교관이나 기업인,일반 개인들은 저마다 한국을 배우고 익히면서 '한류'에 젖어든다. 문화 체험,한국말 익히기,지역 탐방 등 한국의 멋을 알고 느끼는 방법은 다양하다. 주한 외국인들의 한국 사랑,한국 배우기를 '아이 러브 코리아(I love Korea)' 시리즈로 연재한다.
올 들어 최악의 황사가 불어닥친 지난 1일 오전 8시30분쯤.일요일 비교적 이른 때인 데다 온통 세상을 뒤엎은 뿌연 흙먼지로 도심을 지나는 사람은 물론 차들의 모습도 거의 볼 수 없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덕수궁 입구에는 다양한 모습의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내 이들의 숫자는 곧 30여명으로 불어났고 오전 9시쯤 되자 그 중 한 명이 마이크를 들고 나서며 다른 사람들을 덕수궁 안으로 이끌었다.
투어가이드를 맡은 이는 피터 바솔로미오씨.미국계 기업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한국에서만 30년 넘게 살아온 그는 덕수궁의 역사로부터 시작해 건축양식과 당시 생활상 등을 일사천리로 해설해 나갔다.
이날은 왕립 아시아학회 한국지부에 소속돼 있는 외국인들의 한국문화 체험 투어가 있는 하루다.
왕립 아시아학회는 아시아지역 연구를 위해 1824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단체로 1900년 한국에 지부를 설치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한국지부는 그동안 한국학 연구는 물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해왔다.
700여명의 국내회원 중에는 외교관,학자,외국계 기업 관계자,선교사 등 다양한 직업의 외국인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의 역사 전통 과학 정치 등 모든 것을 제대로 알아야 외부에 제대로 알릴 수 있다는 게 이 단체의 활동 취지다.
이 같은 목적을 위해 1년에 50~60회 정도의 역사 문화투어,20여 차례의 공개 강연을 갖고 투어와 강의를 토대로 출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투어가이드는 한국에 오래 살았거나 한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 등이 맡기 때문에 영어로 진행되는 이들의 해설은 거의 전문가 수준을 능가한다.
강연 역시 춘원 이광수의 소설 '무정'을 주제로 진행하고 임진왜란을 주제로 한 책을 출판할 정도로 심도가 깊다.
이렇다 보니 참가자들의 태도 역시 매우 진지하다.
최악의 황사에도 불구하고 이날 참가자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한국 배우기'에 몰두했다.
작은 노트에 설명 내용을 받아 적는 손길들도 여기저기에 보였다.
부인과 함께 이날 행사에 참가한 마리우스 그리니우스 주한 캐나다 대사는 "외국인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한국인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의 고궁 모습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그는 "한국에 근무한 지는 꽤 됐지만 아이들이 어려 주말에 시간 내기가 어려웠는데 모처럼 부부가 주말 나들이까지 함께할 수 있어 무척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지난해 12월 부임해 아직은 한국이 낯선 알레잔드로 보르다 주한 콜롬비아 대사도 부인과 함께 가벼운 옷차림으로 이날 투어에 동행했다.
그는 "매일매일 한국 배우기에 바쁜데 여기 나와서 한국 역사를 아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며 "국제 사회에서 주요 국가로 떠오른 한국의 고궁이 아주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투어의 단골 멤버인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인 위안 리밍씨는 "대사 부인인 만큼 각종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만 이런 행사에서는 한국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며 "왕립 아시아학회 한국지부의 활동에 참여하면서부터 한국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가이기도 한 그는 "한국의 고궁 모습이 중국의 고궁과 유사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많이 다르다"며 이 같은 투어가 그림의 소재를 얻는 데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1년에 몇 차례 직접 투어가이드를 맡기도 한다는 장성현 한국지부 회장은 "그 어느 단체보다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외국인들의 한국학 연구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
달라진 한국의 기업 환경을 한국 정부 대표들보다 설득력 있게 홍보,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10년 넘게 암참에서 일하면서 어느덧 한국이 제2의 고향이 됐다.
오버비 대표 외에도 한국에 사는 외교관이나 기업인,일반 개인들은 저마다 한국을 배우고 익히면서 '한류'에 젖어든다. 문화 체험,한국말 익히기,지역 탐방 등 한국의 멋을 알고 느끼는 방법은 다양하다. 주한 외국인들의 한국 사랑,한국 배우기를 '아이 러브 코리아(I love Korea)' 시리즈로 연재한다.
올 들어 최악의 황사가 불어닥친 지난 1일 오전 8시30분쯤.일요일 비교적 이른 때인 데다 온통 세상을 뒤엎은 뿌연 흙먼지로 도심을 지나는 사람은 물론 차들의 모습도 거의 볼 수 없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덕수궁 입구에는 다양한 모습의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내 이들의 숫자는 곧 30여명으로 불어났고 오전 9시쯤 되자 그 중 한 명이 마이크를 들고 나서며 다른 사람들을 덕수궁 안으로 이끌었다.
투어가이드를 맡은 이는 피터 바솔로미오씨.미국계 기업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한국에서만 30년 넘게 살아온 그는 덕수궁의 역사로부터 시작해 건축양식과 당시 생활상 등을 일사천리로 해설해 나갔다.
이날은 왕립 아시아학회 한국지부에 소속돼 있는 외국인들의 한국문화 체험 투어가 있는 하루다.
왕립 아시아학회는 아시아지역 연구를 위해 1824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단체로 1900년 한국에 지부를 설치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한국지부는 그동안 한국학 연구는 물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해왔다.
700여명의 국내회원 중에는 외교관,학자,외국계 기업 관계자,선교사 등 다양한 직업의 외국인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의 역사 전통 과학 정치 등 모든 것을 제대로 알아야 외부에 제대로 알릴 수 있다는 게 이 단체의 활동 취지다.
이 같은 목적을 위해 1년에 50~60회 정도의 역사 문화투어,20여 차례의 공개 강연을 갖고 투어와 강의를 토대로 출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투어가이드는 한국에 오래 살았거나 한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 등이 맡기 때문에 영어로 진행되는 이들의 해설은 거의 전문가 수준을 능가한다.
강연 역시 춘원 이광수의 소설 '무정'을 주제로 진행하고 임진왜란을 주제로 한 책을 출판할 정도로 심도가 깊다.
이렇다 보니 참가자들의 태도 역시 매우 진지하다.
최악의 황사에도 불구하고 이날 참가자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한국 배우기'에 몰두했다.
작은 노트에 설명 내용을 받아 적는 손길들도 여기저기에 보였다.
부인과 함께 이날 행사에 참가한 마리우스 그리니우스 주한 캐나다 대사는 "외국인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한국인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의 고궁 모습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그는 "한국에 근무한 지는 꽤 됐지만 아이들이 어려 주말에 시간 내기가 어려웠는데 모처럼 부부가 주말 나들이까지 함께할 수 있어 무척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지난해 12월 부임해 아직은 한국이 낯선 알레잔드로 보르다 주한 콜롬비아 대사도 부인과 함께 가벼운 옷차림으로 이날 투어에 동행했다.
그는 "매일매일 한국 배우기에 바쁜데 여기 나와서 한국 역사를 아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며 "국제 사회에서 주요 국가로 떠오른 한국의 고궁이 아주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투어의 단골 멤버인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인 위안 리밍씨는 "대사 부인인 만큼 각종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만 이런 행사에서는 한국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며 "왕립 아시아학회 한국지부의 활동에 참여하면서부터 한국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가이기도 한 그는 "한국의 고궁 모습이 중국의 고궁과 유사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많이 다르다"며 이 같은 투어가 그림의 소재를 얻는 데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1년에 몇 차례 직접 투어가이드를 맡기도 한다는 장성현 한국지부 회장은 "그 어느 단체보다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외국인들의 한국학 연구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