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또 실종됐다고?"

"낸시랭이 실종됐다"는 문구가 온라인 사이트를 도배하자 네티즌들은 뜨악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낸시랭 실종사건'이 LG전자의 LCD 모니터 '플래트론' 광고로 밝혀지면서 '거짓된 납치'라는 주제가 구설수에 올랐다.

가상현실게임 형식의 광고 형식도 얘깃거리가 됐다.

주인공 낸시랭(본명 박혜령ㆍ28)은 어떤 인물인가.

"난 돈을 사랑해!(I love dollars!)"라는 도발적 발언으로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산 마르코 성당 앞에서 란제리 차림으로 바이올린을 켜고 각종 전시회에서 비키니를 입은 채 퍼포먼스를 벌여 이목을 끈 아티스트다.

그런 그가 광고에 등장한 것도 미술계에서는 하나의 파격이다.

낸시랭은 숱한 구설수를 뒤로 하고 LG전자의 이번 광고를 '또 하나의 새로운 퍼포먼스'라며 한껏 추켜세웠다.

틀에 박힌 상식에 도전하는 '발칙'한 프로모션이라는 점이 자신의 작품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실종됐다는 설정이 네티즌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광고가 시작되자마자 각종 포털에는 낸시랭과 플래트론이 최다 검색어에 랭크됐다.

이 광고는 구설수에 올랐지만 결국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고 물건도 많이 팔았다." 하지만 미술가가 대기업 광고에 나타난다는 것은 여전히 이례적인 일이다.

'돈'을 추구하는 것은 예술 정신의 훼손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낸시랭은 자신이 '상업미술가(비즈니스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돈도 벌어야 하고 작업도 해야 해서 상업미술가의 길을 선택했다"며 "순수미술계는 나를 '날라리'라고 비난하지만 상업미술이 미술의 또 다른 장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잠바때기 입고 냉소적이고 고민과 고통에 가득 찬 작가 이미지는 싫다"며.그는 "내가 거리낌 없이 도발적인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욕먹고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규정된 것들에 도발하고,실패해서 욕먹더라도 온몸으로 감당해 내겠다는 이 씩씩한 아가씨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어찌됐든 예술가와 기업이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긍정적인 결과물을 얻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LG전자에 따르면 낸시랭 실종사건 프로모션이 진행된 후 플래트론 와이드 모니터의 판매량은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프로모션 제품인 22인치 와이드 모니터는 1월보다 3월 판매량이 열 배 이상 늘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