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무렵,미국은 제국의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다.

이후 '일레븐'이라고 불리는 11대 강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영주로 급부상한다.

아시아 최대강국이 된 한국은 '일레븐' 중에서도 최강국의 반열에 올라선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64)는 신간 '미래의 물결'(양영란 옮김,위즈덤하우스)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그가 말하는 일레븐은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호주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멕시코.이들 국가가 국가 채무와 달러가치 하락 등으로 가라앉는 미국의 빈 자리를 딛고 국제사회의 신 지배세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말로 그럴까? 그가 한국어판을 위한 특별 기고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 번도 국제 거점이 될 기회를 잡은 적이 없었던 한국이 '농업 기반의 관료형 전통''해양산업 소홀''창조적 계급보다 관리계급 양산'이라는 과거의 그늘을 벗어난다면 당연히 그렇게 된다고 그는 단언한다.

북한과의 관계 해결도 전제조건 중 하나다.

그는 무력충돌이나 북한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는 치명적이라며 북한이 점진적인 개방의 중국식 체제 변화를 실현하고 점차 남한과 하나로 수렴되는 방식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런 다음에 정보산업의 우위를 바탕으로 물류강국의 꿈을 완성하라는 것.사회적 불평등 문제와 저출산·노령화에 맞닿은 가족·교육문제 해결도 과제로 지적됐다.

그는 또 '일본의 기술'과 '중국의 공장'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지만 이는 오히려 한국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중·일의 긴밀한 경제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북아시아 공동시장 창출에 앞장설 수 있고 공동의 에너지정책과 금융중심지 자리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3국을 보다 밀접하게 묶으려는 시도는 아시아의 리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중국이나 일본으로부터는 시작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역사나 영토 문제로 인한 현안을 한국이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면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경쟁 국가를 정치·경제적으로 가깝게 만드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이 밖에 그는 앞으로의 세계가 '다중심적 체제'로 변환되면서 국경이 아닌 신기술 중심의 '하이퍼 제국'이 시작되고,이는 '하이퍼 분쟁'을 낳게 되며 결국에는 인류 공존과 평화를 위한 '하이퍼 민주주의'의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견한다.

388쪽,1만7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