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나흘간의 한국·일본 방문을 마치고 13일 귀국했다.

그의 이번 양국 방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 이후 동북아 정세가 어떻게 흐를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남겼다는 평가다.

정치·군사 문제 위주로 형성됐던 동북아 질서가 한·미 FTA를 계기로 '경제동맹 형성' 구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원 총리의 일본 방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양국이 장관급 '고위급 경제대화'를 상설한 것은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성과다.

미국-중국 간 상설된 '전략적 경제대화'에 맞먹는 협력체가 일본-중국 사이에도 만들어진 것이다.

양측은 이 밖에 에너지 환경 무역 등에서 협력 기반을 구축했다.

원 총리는 일본을 방문했던 이전 지도자와는 달리 과거사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특히 아키히토(明仁) 일왕 내외를 예방,내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 참관을 요청하기도 했다.

원 총리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경제협력을 통해 양국 간의 정치적 이견을 해소해 나가자는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본과의 경제협력 체제를 강화시킴으로써 일본이 이를 깰 경우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키자는 전략이다.

베이징의 현대국제관계연구소 일본담당 연구원인 마쥔웨이씨는 "중국과 미국은 21세기 서로에 필요한 최고의 경제파트너"라며 "원 총리의 부드러운 대 일본 접근은 일본이 깰 수 없는 협력구도를 만들자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양국 간 정치는 냉각되어 있지만 경제 교류는 활발했던 기존 '경열정랭(經熱政冷)' 구도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열'(經熱·우호적인 경제협력)을 통해 '정랭'(政冷·차가운 정치외교관계)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지적이다.

원 총리는 한국 방문을 통해 한국과의 경제 동맹 결성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한국과의 FTA 체결이 이번 방문의 최고 목적처럼 보일 정도로 양국 FTA 체결을 강조했다.

중국의 저명한 아시아문제 연구원인 지린(吉林)대학 쉬원지(徐文吉) 교수는 "중국은 한·미 양국의 FTA 체결로 동아시아 경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잃게 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시장으로 다가온 미국의 존재에 거부감을 갖고 있어 앞으로 한·중 경제관계 긴밀화에 더 많은 공을 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역시 한국에 중단된 FTA 협상 논의 재개를 요구하는 등 한국과의 경제동맹 관계 형성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이 경제동맹 형성을 모색하는 형국이다.

한국과 미국이 FTA 체결로 경제관계를 강화한 데 반해 중국과 미국 경제관계는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산 아트지 수입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하고,지식재산권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중국에 대한 통상 압력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이 강력 반발,곧 열리기로 되어 있는 양국 간 '전략적 경제대화'의 정상적인 개최가 다소 불투명한 상태이다.

전통적인 정치 경제 맹방인 미국과 일본 관계에도 이상 조짐이 없지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취임 직후 미국보다 먼저 중국과 한국을 방문하는 등 전임 고이즈미 총리 식 미국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성향의 아베 총리는 중국과 한국과의 경제동맹 관계 형성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원 총리의 이번 한국,일본 방문은 한·미 FTA가 한·중·일 3국 간 경제동맹 강화를 이끌어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ㆍ중ㆍ일 新경제동맹‥'經熱' 통해 '政冷' 극복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