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13일 방코델타아시아(BDA)자금에 대한 동결이 해제됐는지를 확인한 후 2·13합의 이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조만간 BDA 자금의 인출을 시작하고 영변 핵시설 폐쇄에도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단 14일 시한은 못 지키는 게 분명해졌다.

52개 BDA 북한 관련 계좌 주인들은 12일부터 BDA에 인출 절차를 문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결 해제 발표는 10일 나왔지만 돈을 어떻게 찾아올지를 놓고 내부 협의가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인출은 일러도 14일 오전이나 16일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BDA가 미국의 제재로 달러 이체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현금으로 인출해 직접 옮기거나 현장에서 다른 계좌로 송금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BDA 사태 이후 전 세계 금융권이 북한 돈을 기피하고 있어 송금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서울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애초에 예금주 신원 파악에도 애를 먹었는데 각 계좌 주인들이 직접 오려면 시간이 걸리고 송금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라며 "생각만큼 빨리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결 계좌는 총 52개로 북한 은행 20개,북한 무역회사 11개,북한인 9명,마카오 무역회사 8개,마카오인 2명 등의 명의로 돼있다.

영변 핵시설 폐쇄를 위한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됐지만 약속은 지켜질 것이라는 게 정부 기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 발표에 대해 "새로운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조선신보는 이날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BDA문제의 해결이 사실 같으면 2·13합의 이행에는 장애가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논평했다.

정부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전술에 이기고 전쟁에서 졌다"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비핵화를 미끼로 BDA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만들고 돈을 찾는 데 성공했지만 대북 금융 거래에 대한 거부감이 전 세계적으로 확고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