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데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시중은행들은 특히 글로벌 은행에 비해 영업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일단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신흥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진출하려는 지역이 제한적이어서 자칫 해외 시장 선점 과정에서 국내 은행 간 경쟁이 과열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5개 시중은행,12개 해외 점포 개설 계획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등 5개 시중은행이 총 12개 해외 점포를 신설할 계획이다.

진출 지역은 중국이 5개로 가장 많았고 인도와 베트남이 각각 2개를 차지했다.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 등도 진출 대상국으로 지목됐다.

진출 형태별로는 현지법인 4개,지점 5개,사무소 3개 등이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9월 중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신한은행이 100% 출자한 상업은행인 '신한크메르은행'(가칭)을 설립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회사가 캄보디아 진출에 나서는 것은 신한은행이 두 번째.앞서 부산저축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다음 달 캄보디아 현지에 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하나은행은 중국에 '올인'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연내에 납입 자본금 20억위안(2417억원) 규모의 현지법인인 '중국하나은행'을 설립할 방침이다.

국민은행도 베트남 호찌민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현지 사무소를 설치하고 현지 진출을 위한 영업환경 조사 등에 착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중 중국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상하이 베이징 선전 쑤저우(상반기 개점 예정) 등 4개 지점을 현지법인 소속 영업점으로 전환,중국 소매시장 공략에 나선다.

외환은행은 중국 난징과 베트남 호찌민,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등 3곳에 지점을 설치할 예정이다.

◆해외 '쏠림 현상'은 우려

외환위기 이전 200개를 넘어서기도 했던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망은 2002년 103개,2003년 108개,2004년 108개,2005년 109개,2006년 113개 등으로 정체현상을 보여왔다.

외환위기 10년째인 올해 들어 시중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는 것은 각종 규제로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 운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자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대기업 대출 시장도 부진한 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절실한 상황에서 급속히 성장하는 아시아 신흥개발국 금융시장이 놓칠 수 없는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세계 40대 은행의 해외 영업이익 비중은 29.8%에 달하는 데 비해 국내 시중은행의 해외 비중은 평균 0.01%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지역 편중이 심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소매금융에만 치중하는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진출 대상 지역이 중국 인도 베트남 등 특정 지역에 몰려 있고 대부분 소매업만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라며 "개도국별로 진출 전략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신흥개발 국가군'에는 한국 기업 진출을 지원하는 할부금융 리스 등 기업금융에 초점을 두고 △러시아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등 부존자원이 풍부한 '자원개발 국가군'엔 자원개발을 위한 금융상품에 특화하는 한편 △캄보디아 등 산업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저소득 아시아 국가군'에 대해서는 인프라 금융과 컨설팅을 통해 향후 수익 기반을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10여년 전 우후죽순처럼 해외 지점을 설치했다가 외환위기 이후 대거 폐쇄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며 "당시 교훈을 살려 본사 차원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해외 점포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