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반도체 쇼크'라 불릴 만하다.

반도체총괄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 31%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12%로 급락했다.

반도체 매출도 전 분기에 비해 17%나 줄어든 4조48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18조원의 수익을 쓸어담으며 삼성전자의 '영원한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반도체총괄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실적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고작 5400억원.지난 3년 동안 분기 평균 1조5000억원의 이익을 거둬들였던 실적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삼성 초긴장

반도체사업 부진은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과의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삼성 내부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삼성이 지난 몇 년간 일본의 소니와 도시바 등을 제치고 인텔 IBM 등과 같은 세계 톱 수준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반도체 부문의 폭발적인 수익력 때문이었다.

반도체 부문에서 거둬들인 '초과이윤'으로 액정표시장치(LCD) 등 대규모 자본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분야에 순조롭게 진출하면서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는 얘기다.

TV를 제외한 디지털미디어 부문이나 생활가전 등이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계속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반도체 부문이 '믿는 구석'으로 작용한 덕분이었다.


따라서 반도체사업이 상당기간 고전할 경우 삼성전자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며 국내 IT업계 전반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왜 갑자기 추락했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 중 D램과 낸드플래시가 모두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해 수요가 부진했던 반면 공정기술을 개선한 다른 업체들의 공급은 계속 늘어나면서 수급균형이 깨진 것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제품가격이 떨어져도 판매와 출하를 늘려 일정한 영업이익률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분기에는 너무 상황이 좋지 않았다.

D램 가격의 경우 PC의 계절적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주요 메이커들이 90나노 공정을 속속 도입하면서 가격이 60%나 폭락했다.

낸드플래시메모리 역시 주요 구입처인 MP3플레이어 업계가 구매를 줄이면서 1분기 중 가격이 50% 이상 급락했다.

오는 2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라고 삼성과 처지가 다를 것이 없다"라며 "최악의 상황에서 그 정도 실적을 낸 것을 오히려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회복 가능한가

문제는 반도체 실적이 언제,어떤속도로 회복되느냐다. 해외 경쟁업체들의 양산 능력이 크게 향상된 가운데 MP3 플레이어 이후 새로운 대형 낸드플래시메모리 수요처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3월 말 이후 반도체 시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최저점 대비 40% 정도 상승했고,D램 가격은 일단 하락세를 멈췄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는 3월19일 3.59달러를 기록한 후 반등을 시작해 4월4일에 4.91달러를 기록하며 2주 동안 37%나 급상승했다.

만약 올해 연평균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D램의 경우 지난해 대비 30∼40%,낸드플래시가 50∼60% 선에서 멈춘다면 지난해 정도의 실적은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자신감이다.

특히 1분기 중 경쟁업체들이 낸드플래시 라인을 D램 라인으로 전용한 데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결국 1분기에 바닥을 찍은 반도체총괄의 실적이 예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하는 관건은 반도체 가격의 움직임과 더불어 수요업체들의 제품 전략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